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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아내기 Sep 13. 2016

세 친구, 제주여행

사회에서 만난 친구도 절친이 될 수 있다.

  

협재 해변에서 찍다. 비양도

 언젠가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어! 그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말이 모든 이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협재 해변의 모습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마당
제주 카멜리아힐의 입구

 나는 객지생활 12년 차, 직장 4년 차의 평범한 남자사람이다. 객지 생활에 익숙한 나는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 마음을 털어놓으면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받은 경험이 많아서 일 것이다. 사회에서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고향이 아닌 곳에서 대학생활을 보내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런데 몇 년 전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곁에 함께하는 이들이 생겼다. O형과 Y군이다. O형은 나보다 한 살 위, Y군은 한 살 아래다.

 입사 후 얼마 안 되어 술자리에서 여행이야기가 나와서 함께 일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에는 서로 오래봐 온 사이도 아니고, 여행을 가서 ‘서로 다투진 않을까?’ 라는 걱정도 했었지만, 우리의 첫 여행은 내 걱정과는 정반대로 우리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셋이서 사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날 정도로 우리의 돈독한 우정은 지속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우리 셋 중에 내가 제일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이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어 또 한 번 여행을 계획했다. 목적지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였다.

     

 하얀 셔츠와 멜빵, 청바지를 콘셉트로 하고, 우리를 얽매고 있는 짐을 잠시 내려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알아서 역할 분배가 되었다. Y군은 총무를, O형님은 여행의 전반적인 계획과 결정을, 나는 촬영장소 물색과 사진촬영을 맡았다. 그렇게 제주도의 첫발을 내딛었다.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이(?)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보였다. 보통 여자 친구들끼리 여행을 오는데 우리를 보고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자 친구가 없는 건가?’ 라는 눈빛 말이다. 그 눈빛을 볼 때마다 내 마음속에선 ‘아니에요. 저 얼마 후에 결혼 한다고요!!’ 라고 외쳤다. 그래도 셋의 여행이 너무나도 재미있었기에 개의치 않고 우정여행을 즐겼다.^^

오래된 폐교 앞에서 우리


  

 하루하루 예정된 장소를 다녀와서 저녁이면 맥주 한 캔과 컵라면, 소세지 하나가 우리의 피곤한 발과 다리를 위로한다. 그리고 인생의 고단함을 씻어 내리고 서로의 등을 두드리듯 이바구로 힘을 북돋아준다. 그렇게 힘든 사회생활도 조금은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용눈이 오름에서
용눈이오름에서 세친구
용눈이 오름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더 재미나게 바뀌고 있었다. 나중엔 마치 배틀을 하듯이 다양한 포즈를 취했는데 몇몇 동작은 민망하여 하드디스크에만 남기기로 한다.

이호테우 해변에서 뛰노는 아이들

 흰 셔츠에 멜빵바지 우스꽝스럽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 이 사진을 다시 보게 된다면 분명 부끄러움 보다는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번지리라.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사진이 분명 나이든 우리를 위로할 것이라는 걸. 만나면 만날수록 이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픈 마음은 커져간다. 혹시 먼 훗날 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면 제일 그리운 것은 이 친구들일 것이다.

이호테우 해변, 할배와 손자
이호테우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들

 여러 번의 여행 중에도 우리는 다툼이 없었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 다툴 틈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지만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오히려 어려서부터 만난 친구들보다 더 깊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친구들을 통해 배운다. 나에게 배려와 관계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멋진 친구들이 앞으로도 내 옆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나도 더욱 노력할 것이고, 우리의 겹겹이 쌓인 추억의 나이테가  더욱더 두터워지길 바란다.

    

이호테우 해변의 등대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질문을 한다. “왜 그렇게 붙어 다녀요? 사회에서 만났잖아요!?” 하지만 나는 대답한다. “친구는 그냥 친구에요. 제 소중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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