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창간기+76일째] 매일매일 고백하겠습니다
뉴스어디가 탄생한 지 76일째 되는 오늘 아침, 저는 **역에 있는 ** 지방법원으로 향했습니다.
한 언론사 간부가 섭외 대가로 돈을 받은 사건 관련 재판을 보기 위해서였어요.
뉴스타파 펠로우 시절, 고 이예람 중사의 재판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는데요. 당일 취소되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사실상 오늘이 처의 첫 재판 취재였습니다.
처음이라 그런지 쓸데없는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갑자기 재판장 문이 열리고, 예상 못 했던 증인의 등장으로 재판이 역전되는 일 등등이요.
그런데 재판은 5분 정도 만에 끝나버렸어요.
"공소사실 인정하십니까"
"예"
"제출한 증거 모두 동의하십니까"
"예"
치열한 갈등은 없었습니다. 다음 재판에선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요.
재판장에서 오고 간 이야기는 싱거웠으나 매서운 기운을 느낀 순간이 있어요.
재판 시작 무렵 수인복을 입고 피고인 석에 앉은 언론사 간부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요.
저도 한 5초 정도 같이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기자처럼 보이는 게 뭔진 모르겠지만) 기자처럼 보여서 째려보는 건가? 보도되는 게 싫어서?'
'무슨 할 말이 있는 건가? 억울한 게 있나?'
'그냥 화가 많이 난 건가?'
재판장을 나와서, 변호인 근처를 빙빙 돌며 취재를 해보려 했더니
누군가가 '왜 변호인에게 접근하냐 자기랑 이야기하라'며 명함을 주더라고요.
저는 "취재하는 건 제 자유"라고 대꾸했어요. '확실히 뭔가 께름칙한 것들이 많아' 이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같이 취재하러 갔던 타 매체 기자에게 피고인이 날 째려봤어, 변호인에게 접근 못하게 하는 게 영 이상해, 라고 말했는데요. 그 기자가 피고인이 절 째려본 게 아닐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제 앞줄에 앉았던 사람들은 피고인의 가족이었어요.
변호인에게 이것저것 간절하게 물어보는 그들은 제 앞줄에 나란히 앉았던 그 사람들이 맞았어요.
그러니까, 피고인은 저를 째려봤을 가능성보다 가족을 오랫동안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보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거죠.
아주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첫 재판 취재에서 내가 긴장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주변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구나, 다음엔 흥분하지 말고, 쓸데없는 상상도 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고, 고민하면서 취재하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이 재판과 관련한 취재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더 살펴볼 게 많지만, 관련 취재를 하게 되면 '매매고'에서 공유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퇴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