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닉 캐러웨이 Oct 06. 2019

아주 아주 주관적인 세계 10대 미술관 도장 찍기 로망

전세계에서 방문을 기다리고 있는 보석 같은 미술관 스탬프를 모두 찍다


  회사에 들어와서 폭풍 같은 신입사원 생활을 보내고 2013년 2년차에 드디어 긴 연차 휴가를 눈치 안 보고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주저 없이 골랐던 여행지는 바로 유럽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 하느라, 계절학기로 부족한 학점을 메우느라 어영부영 하지 못했던 유럽 배낭 여행의 꿈. 2013년에 그렇게 혼자서 갔던 유럽 여행지는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세 도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동선도 좋지 않고 시간도 짧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8박 9일의 시간 동안 아름다운 세 도시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특히 저를 감동시켰던 것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루브르와 오르셰 두 미술관이었습니다. 수업과 책으로만 봤던 다양한 인상주의와 낭만주의 그림들에 감탄하면서 다짐했습니다. 이 두 곳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어떤 국가가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하는 미술관이라면 꼭 방문해 보기로. 그렇게 2013년부터 시작된 세계 미술관 기행은 시작되었습니다.


  미술이라는 예술 장르가 가진 다양한 가치를 생각해 보면 사실 세계 10대 미술관이라고 카테고리화하는 것 자체가 마케팅 수단의 하나일수도 있고, 여행 책자 구성의 편이를 위해 끼워넣기 식으로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고 하여 루브르, 프라도, 에르미타주를 꼽거나 루브르, 대영박물관, 바티칸을 꼽는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듯이 10대 미술관도 사실 분명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리스팅일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 속에 '그래, 나도 살면서 소개된 열 군데의 미술관은 꼭 가봐야 겠다'라고 작은 열정이나 동기 부여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포스팅을 적어 봅니다.


로이터 통신이 내놓은 트립어드바이저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제시한 10대 미술관은 다음과 같네요.

https://m.blog.naver.com/jrkimceo/221514634656


LA의 폴 게티 미술관과 시카고 미술관이 포함되고,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러시아 에르미타쥬가 빠진 것은 아무래도 트립 어드바이저의 성격 상 트래픽이 몰리지 않는 장소의 경우 순위가 밀리는 부분 때문이 아닐까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발표한 10대 미술관은 박물관도 함께 포함하여 순위를 매긴 듯 합니다.

1위 스미스소니언, 2위 루브르, 3위 아크로폴리스(아테네), 4위 에르미타주(상페테르부르크), 5위 대영박물관, 6위 프라도 미술관, 7위 뉴욕 메트로폴리탄, 8위 바티칸 미술관, 9위 피렌체 우피치, 10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레이크스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으로 발표되었습니다.


https://www.google.com/amp/s/relay.nationalgeographic.com/proxy/distribution/public/amp/travel/top-10/museum-galleries

 

 아무래도 미술관 순위가 유럽과 미국 등의 서구 선진국에 포커싱되어 있는 부분은 부인하기 어렵겠네요. 어떤 분들은 이집트 카이로의 국립 박물관, 대만 국립 박물관, 또는 중국 베이징의 국립 박물관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부분에도 공감이 갑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그런 논란은 뒤로 하고 제가 직접 방문하고 느꼈던 좋은 미술관을 리스트 업 해보고자 합니다. 여행할 때 들고 가기도 했던 마로니에 북스의 세계 미술관 기행 책들 리스트도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m.blog.naver.com/joo1609/221443256026

제의 10대 미술관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파리, 루브르 미술관

2. 런던, 대영박물관

3. 상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

4.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5. 로마, 바티칸 미술관

6. 런던, 내셔널 갤러리

7.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8.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Rijks)

9.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0.  파리, 오르셰 미술관


 (번외로 11.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12. 워싱턴DC, 내셔널 갤러리 / 13. 뉴욕, MoMA / 14. 빈 미술사 박물관)


제가 다녀온 상기의 미술관을 간단히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루브르 박물관 (방문일자 17년 1월, 13년 7월)


2013년 파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달려갔던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궁 앞 나폴레옹 광장 앞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를 보면서 내가 정말 파리에 있구나 실감한 설레였던 순간. 박물관 입장을 위해 들어섰던 지하 통로에서 입구에 다다렀을 때, 관람객을 맞이하던 피라미드의 눈부신 채광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눈 앞에서 날아갈 것만 같은 니케 여신 상 조각도 실물로 보고 감탄했고, 무엇보다 Grand Hall을 가득 차지하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역사화들과 제리코의 대형 그림 앞에서는 한참 입을 벌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시모트라케의 니케 여신 상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과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리고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과 같은 그림의 스케일에 압도되었습니다. 다들 얘기하는 모나리자는 역시나 수많은 사람들의 셔터 사례를 받고 있었지요. 그런 대작들 말고도 나중에 프라도 미술관에서 만나게 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등장하는 마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나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같은 그림들을 보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역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모나리자 앞


화려함에 입을 못 다물게 하는 나폴레옹의 대관식


2013년 처음 혼자 방문할 때는 혼자 열심히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겠다는 부질 없는 열정으로 후다다닥 보고 지나갔다면, 2017년에는 부모님 환갑을 기념한 여행에서 모시고 갔을 때는 상대적으로 인상 깊게 봤던 작품들을 좀 더 차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라고는 제주도 왕복만 자주 타셨던 부모님이 루브르 미술관에서 대작들을 눈으로 보면서 정말 기뻐하셨던 기억에 아직도 흐뭇해지네요.

 

베르사유의 거울의 방만큼이나 화려했던 아폴론 갤러리


2. 런던 대영 박물관 (방문일자 13년 7월)


 13년에 파리에서 너무 무리를 한 나머지, 그 후 일정으로 갔던 런던에서는 피로와 몸살 때문에 열정적으로 돌아다니지는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파리에서 루브르, 오르셰에 오랑주리 미술관까지 한꺼번에 욕심 내서 열심히 하루에 3만보씩 걸으며 봤더니 유로스타 타고 넘어간 런던에서의 오후는 떡실신 직전의 컨디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대영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수많은 유물들과 작품들에 압도되어서 뭔가 주눅들어 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루브르에서 느꼈던 경외감과는 다른...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패권국의 지위였을 때 우리가 이렇게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는 이렇게 많이 약탈했다!!?) 라는 지금은 빛이 바래버린 향수로 가득한 공간이라는 느낌이랄까요.


기원전 7세기 광활한 영토를 가졌던 아시리아의 왕이 사자와 싸우는 모습. 제국의 유적은 해가 진 제국의 박물관에 남았다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 전 세계에서 모인 진귀한 유물들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아니면 한국에서 쉽게 가지 못할 이집트나 남미, 아프리카의 훌륭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영국인들의 심미안과 과거의 지위에 부러운 감정이 들었던... 복잡미묘한 감정들로 가득했던 관람 경험이었습니다.


저걸 해석해낸 인간의 지성에 감탄하게 되는 로제타 스톤


교과서에서 보았던 로제타 스톤과 이집트 왕조의 미라, 아즈텍 문명의 머리가 두개 달린 뱀 같은 유물들을 보면서 저도 인디아나 존스가 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어떤 유물보다 시선을 강탈했던 아즈텍 문명의 머리가 두개 달린 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리스와 계속 분쟁중인 파르테논 신전의 엘긴 마블은 꼭 본국으로 반환됐으면 좋겠네요. 빈 자리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엘긴 마블은 대영 박물관이 아니라 파르테논에 있을 때 그 본래의 미적 가치가 회복될 것이라 믿게 되었습니다.


3. 에르미타주 박물관, 러시아 상 페테르부르크 (방문일자 14년 6월)


 여름에는 백야로 자정까지도 거리가 밝은 북위도의 상 페테르부르크. 러시아가 자랑하는 문화의 도시 상페테르부르크에서 겨울궁전이라 일컬어지는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를 보지 않으면 여행을 헛되게 했다고 할 정도로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루브르와 대영박물관 못지 않게 방대한, 무려 300만 점에 이르는 예술 작품을 보유한 러시아의 자존심 그 자체 입니다.


연한 에메랄드색 외관이 인상적인 겨울궁전 에르미타주


키릴 문자로 쓰여 있는 에르미타주 입장권. 이 티켓이 너무 갖고 싶었습니다!

18세기 예카트리나 여제의 취미로부터 시작된 예술품 수집이 방대해 지면서 과거 차르의 궁전이었던 겨울궁전은 유럽의 거장들이 남긴 작품들이 살아숨쉬는 거대한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루벤스, 렘브란트와 같은 고전 거장부터 모네, 르느와르, 세잔, 고흐, 루소,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 등에 이르는 인상주의를 포함한 근대 회화의 거장들의 작품까지 총집합된 회화관을 넋 놓고 관람하다 보면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천장을 받치고 있는 듯한 대리석 조각은 그림입니다요!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눈이 지나치게(?) 풀려버린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여류 시인 '사포'


앙리 마티스의 강렬한 그림들도 볼 수 있는!


사진은 잘 안 나왔지만 구석에 수줍게 걸려 있던 프라고나르의 '입맞춤' 그림을 보고 심쿵.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군이 그때는 이름이 레닌그라드였던 상페테르부르크를 봉쇄하고 총공격했을 때 예술 작품들을 피신시키고, 지하 창고 등으로 숨기는데 엄청난 공을 많이 들였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전쟁이라는 공포와 두려움 한가운데에서 분투한 사람들 생각으로 숙연해 졌습니다.


에르미타주가 자랑하는 걸작. 렘브란트의 '집에 돌아온 탕자'

상페테르부르크는 이렇게 에르미타주 박물관 말고도 피의 구원 성당, 여름궁전이라 불리는 페테르고프 궁전, 카잔 성당 등 아름다운 역사적 명소로 가득한 정말 아름다운 도시 입니다. 밤 10시가 되어도 낮처럼 밝은 네프스키 대로를 거니면서 백야를 즐길 수 있는 여름에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4.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방문일자 19년 8월)


   올해 8월에 10대 미술관 방문 로망을 달성하게 해준 프라도 미술관 방문. 프라도는 벨라스케스와 고야 등 거장이 남긴 걸작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스페인의 자존심 그 자체였습니다. 안 그래도 크지 않은 마드리드 시내이지만,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전동 스쿠터 Lime을 타고 쏠 광장을 출발하여 미술관까지 가니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하였습니다. 예전에 예약해둔 인터넷 티켓을 제시하고 들어가니 크게 기다리지 않고 바로 걸작들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까지 타고 간 Lime

 

 제가 2013년에 프랑스 미술관을 갔을 때만 해도 오르셰라든지 오랑주리 와 같은 미술관은 사진 촬영 금지였다가 몇 년전에 제한이 풀렸는데 프라도 미술관은 아직 사진 촬영 금지 방침을 굳게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타인을 방해하지 않고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라는 뜻은 이해되지만 먼 거리를 비행해 와서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마주치고 가야하는 입장에서는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 들어가는 측면 입구


 어여쁜 공주와 시녀, 어릿광대를 앞에 두고 작가와 왕 부부를 뒤에 배치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실물로 보니 더 작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서와 유머 감각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프라도를 대표하는 고야의 작품들도 큰 화폭 앞에 서서 깊은 서사를 오랫 동안 음미하게 저를 이끌었습니다. 1808년 5월 3일 그리에서 총살 당하기 직전 두려운 표정과 동시에 팔을 높이 벌려 자유에의 의지를 들어낸 희생자의 묘사 앞을 떠나기 어려웠습니다.


  미술 교과서와 인상주의 도서에 많이 등장하는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 그림은 관람객 발길이 잘 안 미치는 구석에 있어서 놓치기 쉬웠습니다. 옷 입은 마야가 몇 년 뒤에 고객의 의뢰를 받아 그려진 그림인테 확실히 원작인 옷 벗은 마야보다 구도도 뭔가 애매하고 작품성도 많이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소장 작품들이 워낙 미술사에서 중요하고 좋은 것들이 많아서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책이나 위키 등을 보시고 오면 더 좋겠지만 시간 상 어려우신 분은 프라도 미술관 반나절 투어를 따로 신청해서 들으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5. 로마 바티칸 미술관 (방문일자 15년 5월)

 

 로마 안에 작은 국가로 존재하는 바티칸 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미술관이지요. 역시나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줄에 오래 기다리셔야 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줄에서 티켓이 포함된 가이드 투어를 권하는 호객꾼도 많다고 하는데 그것도 오피셜한 가이드가 맞다면 줄 서다가 지친 분들의 힘을 덜 수 있는 차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눈 앞에 나타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거장들의 그림과, 아름답게 인체가 묘사된 수많은 조각들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 지는데, (특히 온몸을 뱀에게 둘려 큰 고통을 받는 라오콘 부자의 석상이나 두꺼운 유리벽으로 막혀 있지만 멀리서 봐도 그 아름다움과 매끄러운 질감이 손에 느껴질 것만 같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성은 꼭 보셔야죠!) 시스티나 대성당에 들어서서 그 유명한 천장의 천지창조 작품을 마주하면 숨이 턱 하고 막힙니다. 오랜 기간 동안 누워서 천장에 작업하느라 목이 비뚤어질 정도로 고통 받았다는 미켈란젤로의 예술혼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여러 번 복원을 거친 천장 그림의 주인공들을 정말 입체감이 생생해서 빛이 조금만 더 들어오면 목을 쳐들고 바라보고 있는 우리 어깨 위로 내려올 것만 같습니다.

고흐가 그린 듯한 성모 마리아와 예수

 

 황금빛 천장이 무척 아름다운 지도의 방,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등 걸작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네요. 성 피에트로 대성당에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되었을 때 그 높고 높은 천장과 웅장한 공간이 주는 울림 때문에 압도됩니다. 신이 지배하는 천국의 모습을 최대한 지상에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힘을 쏟았다는 실감이 머릿속 뿐만 아니라 몸 뼛속까지 스며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늘의 영광을 지상에 재현하려는 의지가 돋보인 피에트로 성당


6. 런던 내셔널 갤러리


  런던이 자랑하는 트라팔가 광장 중앙에 웅장한 위용으로 서 있는 멋진 미술관입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니 부부 초상과 같이 유명한 중세 시대 그림부터 근현대 인상주의 작품들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보유 하고 있습니다.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 은 실물로 보니 묘사의 디테일과 섬세한 표현력에 특히 더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맨 아래에 있는 해골 그림은 대학 시절 서양미술사 수업 때 아련하게 배웠던 지식을 더듬어서 왼쪽 아래에서 바라보면 해골의 실제 모습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의 메세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달리 해야 나타나게 함으로써 죽음이 우리 옆에 늘 있지만 우리는 의식하지 못 하고 살고 있음을 드러내는 좋은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베르메르, 렘브란트, 모네, 고흐 등 거장들의 작품도 많지만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꼭 영국이 자랑하는 터너의 그림을 보고 오심을 추천 드립니다. 전함 데메테르 군함의 최후와 같이 그림을 처음 마주쳤을 때보다 떠날 때 더 감정이 고양되는 작품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퇴역 전함이 조용히 물러나는 광경을 정적인 풍경과 저물어 가는 햇빛을 대조시켜서 극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표현에 감탄하게 됩니다.

전함 테메레르의 마지막 항해.  그림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7.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방문일자 2015년 5월 8일)

 

멋진 천장 아래에서 고통받는 조각...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와 그의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차의 두폭화. 마상 시합으로 다친 오른쪽 얼굴을 가린 절묘한 그림
우피치 하면 절로 떠오르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인지 그림 톤은 그려질 당시보다 많이 어두워 진 것 같네요.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마음이 절로 두근거리게 되는 대성당의 두오모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피치 미술관이 있어 피렌체는 꼭 방문해야 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과 사계절의 여신을 그린 그림을 눈 앞에 하면서 6백년 전의 르네상스 시기에 잠깐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미술관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와 카라바조와 같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걸작을 생생하게 보고, 화려한 조각들로 가득한 회랑을 거느면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우피치 미술관에 작품을 모았던 메디치 가문의 힘과 탁월한 예술 감각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농익은 요염한 표정이 인상적인 카라바조의 바쿠스
전장에서 마주쳤다면 정말 놀랐을 듯한 메두사가 그려진 방패 by 카라바조
간담이 서늘해지는 젠틸레스키의 유디트
우피치에서 내다본 베키오 다리.

8.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Rijks) (방문일자 2017년 1월 14일)

 

  암스테르담을 방문하면 누구나 인증샷을 찍고 오는 I am sterdam 사인물 뒤로 멋지게 우뚝 서 있는 국립미술관입니다. 레이크스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네덜란드의 자랑이지요. 우피치 미술관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화려한 정점을 잘 보여준다면 레이크스는 르네상스 이후의 플랑드르 미술 작품을 집대성한 훌륭한 미술관입니다.


디테일이 돋보이는 중세 시대 체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잘 알려진 베르메르와 자화상들로 유명한 렘브란트의 훌륭한 작품을 볼 수 있어 두근거리는 곳이지요. 부모님 환갑을 기념하여 모시고 간 첫 유럽여행 일정을 마무리하는 미술관이어서 저에게는 더 의미 깊었던 장소였습니다.


렘브란트의 야경

레이크스를 대표하는 렘브란트의 ‘야경 Night Watch’ 도 기대했던만큼 훌륭했지만 한동안 저를 그림 앞에서 못 떠나게 했던 작품은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이었습니다.



 소박한 일상을 그린 작품인데도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는 햇빛 아래에서 신선한 우유를 내리는 시간의 멈춤에서 소확행을 느끼는 것일까요? 티켓 마저도 다양한 색상을 조합시키면서 네덜란드의 훌륭한 디자인 감각을 자랑하는 레이크스 박물관.

 


묘한 에로스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도!
늙은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고 슬퍼졌다.




9.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ET, 방문일자 2014년 10월 4일)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언제 또 MET에서 이런 달달한 조각을 찍었었지...


 런던의 대영박물관 만큼이나 그 소장한 작품의 양이나 카테고리에 넋을 놓게 되었던 뉴욕의 박물관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작품들에서부터 근현대 인상주의 작품들까지 처음에 힘을 잘 못 빼면 2시간 만에 체력 고갈로 떡실신하게 되는 광활한 던전. 작품의 밀도와 친숙도를 따지면 사실 MoMA가 더 취향에 맞는 분들도 많겠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쭈욱 훑고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MET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게 아닐까요.

찰스 엥겔하드 코트 홀


찰스 엥겔하드 코트 홀로 환하게 들어오는 채광 아래 넓은 공간에 펼쳐진 멋진 조각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14시간의 비행을 뚫고 뉴욕에 오길 잘 했다는 느낌이 났던...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조지 워싱턴 작품은 미국 배경의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훌륭한 작품이라 꼭 보시고 오시길 추천. 실제 워싱턴이 델라웨어 강을 병사들과 같이 건너지 않았는데 허구적 요소로 리더십을 강조했다는 썰을 들어서 재밌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조지 워싱턴.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풍경
솔로시절에 이런 달달한 그림에 꽂혔었나 봅니다;;



10. 파리 오르셰 미술관 (방문일자 2013년 7월 13일)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라고 하면 모두 루브르를 이야기 하겠지만, 근현대 인상주의 작품들이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 오르셰야말로 더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이 아닐까요? 못 쓰게 된 기차역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정말 멋진! 미술관에 들어서서 천장 저 멀리로 보이는 큰 시계를 보고 심쿵하게 되는 파리의 랜드마크입니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서 촌스러운 관광객 답게 최대한 사진에 많이 담아오고 싶었지만, 오랑주리 미술관도 그렇고 13년 당시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던. 최대한 작품 별로 마음 속에 담아 오려고 애쓰다 보니 미술관을 나설 때 쯤에 엄청 진이 빠졌던. 하지만 그래도 인생 로망으로 보고 싶었던 그림들을 마음 껏 볼 수 있어서 행복하기 그지 없었던 하루였습니다. 오르셰는 아침 일찍 가도 줄을 꽤 서더라구요. 기다리는 동안 보게 될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하는 자료나 모바일로 최대한 공부하고 들어 가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그 뚜렷한 색감이 눈을 바로 사로 잡았다.
오르셰 안의 레스토랑 카페도 좋았습니다 :)


이렇게 간단히 제가 다녀왔던 훌륭한 박물관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미술관의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미술 작품에 순위를 매기는 것만큼 애매모호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여행을 다녀온 미술관 팬의 주관적인 경험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번지점프를 하기, 스카이다이빙하기, 현지에서 현지인에게 요리를 배우기 등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로망을 모두 마음 한 편 품고 계시겠지요. 제가 이번에 포스팅한 미술관 간판 깨기와 같은 로망도 마음 한 편 간직하면서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고 다음 번 여행 계획을 즐거운 마음으로 세우시길 기원하고 응원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아프리카 이집트의 어마어마한 박물관이나 남미나 아시아의 다양한 박물관, 미술관을 가보고 이번 리스트를 갱신하는 그 날을 꿈꾸면서 말이지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세계 10대, 또는 세계 3대 미술관은 어디인가요? 감사합니다 :)

















작가의 이전글 8월 남은 여름 휴가를 위한 직장인 추천 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