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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May 03. 2022

H아줌마 남편의 책임감

법적으로 허용된 1부 4 처제

D+208

Jeddah


근무 특성상 사우디 안에서 이동이 많은 편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입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북에서 만난 사우디 아줌마 H와의 대화가 기억에 남아 글을 씁니다.

*타북(Tabuk): 사우디 아라비아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요르단, 이스라엘과 국경




사우디에서 일하고 있는 외노자는 기본적으로 영어를 다 구사하지만, 사우디인들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더 못한다. 아이러니하게, 사우디인이며 포지션이 높을수록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H 아줌마와의 만남은 내가 타북에 도착한 그날 밤이었다. 우리 회사 직원 숙소에서 만났는데, 그녀는 일하는 직원은 아니지만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 H 아줌마는 내가 사우디 도착 후 거의 처음으로 만난 사우디 사람이다. 아주 오랜만에 손짓, 발짓으로 인사하고 나는 어디서 왔고, 너는 누구고 소개를 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쌓이고 며칠이 지나니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정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오후,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항상 그렇듯 별 이유는 없지만, 그날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폰을 꺼내더니 여느 아줌마들처럼 아들, 딸,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보여줬다. 사진에 보이는 그들이 귀엽고 잘생기고 이뻤고, 나는 조금 더 과장해서 리액션을 해줬다. 그러더니 한 남자 아저씨 사진을 보여주며 남편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은 훈남이며 아주 현대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검은 아바야 무리 속의 H아줌마와 부부라는 게 매치가 되지 않았다. 둘은 다른 시대의 사람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거 같아 보였다. 아줌마가 활짝 웃으며 남편 자랑을 했다. 그런데 동시에 말 못 할 근심이 얼굴에 스쳤다. 현재 남편은 비행기 안에서 일을 하며 여러 나라를 다닌다고 했다. (H 아줌마와 정확한 언어소통의 부재로, 그녀의 남편 직업이 파일럿은 확실히 아닌데, 기내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스튜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그녀의 남편 쿠웨이트에 산다고 그랬다.

그의 두 번째 와이프와...


그의 두 번째 와이프는 같이 일하는 항공사 동료이며 출신은 다른 아랍국 사람이었다.(시리아인지, 요르단인지 정확히 어딘지 기억이 안 난다.) 그들은 직장에서 만나 관계가 발전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 거다. 그러면서 남편이 H 아줌마에게 사우디에서 지내지 말고, 그와 함께 쿠웨이트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고 그런다.

[그의 두 번째 와이프와 그들의 아이들과 본인의 아이들과 모두 함께... ]

법적으로 허용된 1 4 처제를 이해할  없는 나는 남편의 저런 제안에 뒤통수를 한대 갈기고 싶다.  같으면 와이프가 다른 남자랑 사는데,  보고 같이 살자 그러면 기분이 어떻겠냐?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어디까지나 1 4제에 대해 1 모르는  마음속 외침)


내가 말한다.

“H! 쿠웨이트 가서 살지 그래?”


H가 손사래를 치며 살짝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 그건 싫어!”


사우디는 법적으로 한 명의 남편이 4명의 와이프를 둘 수 있다. 나는 이슬람법의 이응(ㅇ)도 모르고, 1부 4 처제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이 나라의 룰에 대해, 그들에게 “좋다. 나쁘다.”등의 내 의견을 절대 보태지 않는다. 그냥 1부 4 처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이 나라 여성들의 감정이 궁금했다. 아무리 허용되는 법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다 똑같지 않은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게 이슬람법일지라도) 내 남편의 다른 여자와 그 사랑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냥 그녀들은 싫어도 참고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신성한 법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에 남편이 하는 데로 기쁘게(?) 두 번째 아내를 받아들이는지 말이다.


그런데 그날 H 아줌마와의 대화에서 어렴풋이 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사람의 감정이란 건 국적, 문화,종교를 떠나 다 똑같은 거 같다. 허용된 1부 4 처제라는 법 아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도 잘못된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마음은 씁쓸하고 답답한데,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남편 욕을 하며 감정을 쏟아낼 수도 없다.


그래서 그날 H아줌마는 그 답답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쏟아내고 싶어, 말이 전혀 안 통하는 나를 찾아온 게 아닐까?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H 아줌마를 보면 항상 웃고 밝아 보이는데 어딘가 모르게 근심이 보였다. 수많은 시간 동안 그 답답함을 억누르고 받아들여야 하는 인내심을 생각해보니, 상상만으로도 감당이 안된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도 우리 남편은 책임감이 강해! 남자다워! 요즘 어린 남자애들은 여자들이랑 잠깐 만나 놀고 하룻밤 자고 그냥 끝내버리잖아. 그런데 우리 남편은 두 번째 와이프랑 데이트만 하고 무책임하게 그녀를 버리지 않았어, 그래서 끝까지 책임져 결혼까지 했어!”


두 번째 아내를 끝까지 책임져 결혼까지 한 그녀의 남편 덕담(?)으로 마무리되었다. H아줌마는 50대 정도로 보였다. 세대가 달라지고 시대가 달라져 요즘 20-30대 사우디인들은 이에 대한 생각이 다를 거 같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이나라, 사우디 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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