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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Dec 17. 2022

두 번째 부인이 필요한 S

다름

D + 437, Riyadh


사우디 은행 계좌를 오픈하기 위해 SNB은행을 가는데 회사 소속 드라이버인 인디언 S가 나와 함께 했다. 오랜만에 스벅 커피 (여전히 사우디를 잘 모르는 지인은, 사우디에도 스벅이 있냐는 신박한 질문을 한다.)


작년에 막 사우디에 도착했을 때 나를 봤던 S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달라졌다고 그랬다.


- 나: 작년과 비교해서 뭐가 달라졌어?

- S: 작년에는 young하고 active 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다. 조금 더 serious 해진 거 같다.

- 나: 1년 동안 그만큼 늙었다는 거니 ㅠ

- S: ㅋㅋ 네가 이 사우디 라이프를 받아들인 거지.


사우디에서는 한국인이 즐길만한 유흥이 없고, 예전과 비교해보면 많이 오픈되어 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릴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이 나라 라이프를 받아들여야 하니 나도 많이 변했나 보다. 차분해지고 진지해지며 인내심이 늘었다.


S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에 휴가 받아서 한국 가면 모든 지인 총출동해서 일단 결혼을 먼저 하라고 했다. (이나라는 모든 사람들이 오지랖이 넘친다.) 결혼을 해서 그 남자를 데리고 사우디로 들어와서 같이 살라고 한다. 그래야 안정되게 살 수 있다고. 자신이 살고 있는 방식이 맞고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S도 그중에 한 명이다. 나는 사우디에 뿌리내리고 살 생각도 없고, 결혼할 누군가를 만나면 한국에서 살지 굳이 사우디까지 데리고 올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내 마음속에서만 하는 걸로 ㅋ




S는 인도인이고 무슬림이다.

결혼한 지 10년 정도 되었지만 자식이 없다.


- S: 나는 두 번째 부인을 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 나: 너 진지하냐?

- S : 어 진지해, 나는 아기를 원해.

- 나: 너 아기 원해서 두 번째 부인을 들이면 너의 지금 와이프가 싫어하지 않을까?

- S : 나는 이 이야기를 우리 와이프한테 먼저 하고, 두 번째 부인을 들일 거다.

- 나: 그녀가 싫다고 하면 어쩔 거야?

- S :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싫다고 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두 번째 부인을 들여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를 첫 번째 와이프에게 줄 거기 때문에 그녀는 아마 오케이 할 거야.

- 나: (정말 이해 안 되지만) Ah.. OK…


저런 대화가 지금 2022년에 오고 가는 대화라는 게 신기할 뿐이다. 두 번째 부인을 얻어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를 첫 번째 부인에게 줄 거고, 두 번째 부인이 아기를 한 명 더 낳으면 그 아기는 두 번째 부인이 키우면 된다는 식이다. 그의 계획은 이렇다.


나와는 정말 생각이 다르지만, 내 의견은 말하지 않는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서부터 의견을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나와 의견이 다르고 아예 대화가 통할 거 같지 않으면 들어주고 의견에 호응은 해 주지만, 내 의견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모든 것에 정답은 없는데 괜한 것에 진 빼고 싶지 않다. 이 역시 나이 듦인가.


너의 세상에선 네가 맞고,

나의 세상에선 내가 맞으니까..

존중한다.


여전히 이곳은 다르다.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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