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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키미 May 28. 2023

취향에 대해서

“처음”이 주는 확장성 - 음식

D + 598, Jeddah




얼마 전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카톡으로 긴 대화를 나누던 중 "취향"이라는 것이 내 발목을 잡는다. 내 “취향”이 뭔지 묻는데, 뭐라 대답해야 될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 긴 대화 속 그 사람은 본인에 대해서 무지막지하게 이야기를 쏟아낸다. 나는 경청의 자세로 듣고 공감하고 질문한다. 내가 듣는 자의 입장인 것은, 1, 듣는 게 좋아서인지/ 2, 나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인지/ 3, 아니면 내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지. 3번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본인의 취향이 확실하고 뚜렷한 사람은 삶의 대한 애착이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인지하든 하지 못하든 크루즈를 내린 2017년부터 참 오랫동안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고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사우디에 와서 조금 더 몸과 마음이 시들시들 해진 건 있지만 이미 한국에서부터 시들시들했을지도…


답답할 땐 술 한잔 마시고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긴 어둠 속에서 은둔자처럼 지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들이 아까운데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시간 안에서 난 최선을 다했으리라.


그리고 요즘 아주 오랜만에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기고, 내 삶에 다시 햇살이 드리우기 시작한 거 같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 취향은 어떤 것들인지 알아가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


그동안 나를 관찰해 본 결과, 지금 사우디라는 엄청나게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건 큰 경험과 새로운 시도이다. (이건 스스로 인정). 이렇게 굵직한 큰 움직임들은 경험상 잘한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보통의 날들에서는 익숙하게 접해온 것들로 채워진다. 나는 꽤 오픈적이고 유연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생활면에서는 보수적인 면이 아주 많은 거 같다. 먹는 것, 입는 스타일, 좋아하는 사람 등등!! 일단 새로운 건 나도 모르게 손이 안 간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고수하되, 그 취향이라는 게 내가 접해본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것이 내 취향이 된 건지 아니면 여러 가지 다 경험을 다 해보고 그것이 내 취향이 된 건지는 다른 거 같다. 오랫동안 자리 잡은 저 생활형 취향 때문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그런데 맥주도 나의 생활형 취향인 거 같다. 와인, 위스키, 보드카 등등 여러 술을 마셔보고 맥주가 나의 최애가 된 건지, 아니면 마셔본 게 맥주 밖에 없어서 제일 익숙해서 나의 최애가 된 건지. 후자이다.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의 편안함이 좋다.




일단 최근에 시도한 음식에 관한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들에서 반전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헝거스테이션의 주문목록을 봤다. 거의 다 밥과 국물이 있는 초밥이나 타이 음식. 내가 커온 환경에서는 밥이 주식이고, 개인적으로 뜨거운 국물을 좋아한다.

*헝거스테이션: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 같은 어플


그래서 최근에 새로이 접한 것이, 예전 같으면 절대 보고도 들어가지 않을 예멘 음식점, 레바니즈 음식점 그리고 쉨쉨버거(SHAKE SHAKE BURGER)



> 예멘음식, Nice Try

뚝배기 안에 새우가 들어있고 (정말 뜨거우니 입천장 조심), 옆에 “난” 같은 것을 손으로 뜯어서 뚝배기 안의 내용물과 함께 먹으면 된다. 사우디에 와서 웬만한 고기에서는 누린내가 나는 거 같아 아예 고기가 들은 음식들은 시도를 안 하는데 다음에는 고기가 들은 뚝배기도 시도해 봐야겠다.

예멘 커피도 그렇게 향이 좋다고 그런다. 다만 찐 예멘 커피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함정.


>쉨쉨 버거, Nice Try

항상 몰에 가면 이 앞을 지나가기만 했지 직접 들어가지 않았다. 익숙함을 찾아 초밥집으로 가는 내 발걸음 앞에서 때마침 들어오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이끌려 들어가서 주문을 한다. Smoked beef burger 그리고 밀크 셰이크

어디서 본건 있어서 밀크셰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 먹어보고 싶었다. 환상적인 버거맛은 못 느꼈고, 내겐 그냥 버거. 이것도 Nice Try


> 레바논 음식, Nice Try

레바니즈 음식이라기 보단 중동국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Mixed Grill.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에 불향이 짙게 배인 그릴 음식이다. 여기서 꽤 좋았던 시도는 다른 꼬치고기들은 큰 감흥이 없었다만 한 덩이의 양고기 스테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제대로 된 양고기 스테이크 집에서 먹는다면 충분히 앞으로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함께 추천받은 무슨무슨 베리 모히또, 색깔부터 인위적이라 마음에 안 들었으나 새롭게 시도한 것에 의미를 두고..ㅋ)


내 취향 발견을 위한 노력은 내 보통의 날들을 조금 더 다채롭게 채워주는 거 같다.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취향 발견을 꾸준히 해야겠다.


* 사우디 2년 살이 결과, 뜨거운 이 아랍국은 나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 l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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