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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화 Apr 21. 2021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자 강윤희가 보였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가 방영되던 2008년 나는 갓 결혼한 새댁이었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성인식은 치렀지만 아직 속 사람은 의식의 의미를 다 완성하지 못한 그런 상태. 그때 봤던 나의 아저씨 속 가장 나의 마음을 울린 건 여주인공 이지안이었다. 비록 이지안처럼 빚이 있는 것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6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들과 매일 보는 얼굴들과의 불협화음 속에서 속앓이를 했던 사회 초년생의 풋풋했던 시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나에게 괜찮다고, 그런 일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심히 툭 하고 위로 하나를 내 책상 위로 던져주고 갔던 박동훈과 같은 상사들도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이지안과 박동훈의 그 짠내 나는 인생살이와 우정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3년이 지난 지금 한번 더 나의 아저씨를 봤다.

전에 봤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고 들렸다. 이지안과 박동훈 보다 그 주변 인물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의 마음을 끈 등장인물은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였다. 지난번 나의 아저씨 속 강윤희는 그저 속물 같은 남자와 바람을 핀 저급한 여자, 박동훈처럼 좋은 사람의 뒤통수를 때린 배은망덕한 여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본 강윤희는 전혀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자신보다 늘 시댁 가족들을 우선시하는 남편 옆에서 10여 년 넘게 살면서도 바가지 긁지 않고, 적지 않은 돈을 시댁에 지원하면서 티 내지 않는 속 깊고 착한 여자였다.


지난 5년간 한 남자의 여자가 되는 꿈을 꾸며 올린 결혼식 이후 나는 결혼의 진짜 면모를 겪었다. 난 분명히 한 남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자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정작 자신의 집에 마음을 두고 나왔다. 내 생일날 아버님이 케이크를 사들고 와서 말씀하셨다.

'둘째는 아들 낳아야지. 민서는 어차피 나중에 결혼하면 남에 집 사람 될 거다. 아들이 진짜 우리 집 사람인 거지.'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울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아버님은 옛날 사람이잖아. 그냥 자기가 이해해. 나쁜 뜻으로 하신 말씀이 아니잖아.'


그 날 난 깨달았다. 결혼을 한다고 한 가정이 탄생하는 건 아니구나. 겉으로 보이기에 가족처럼 보여도 그 마음까지 가족이어야 가정 다운 가정이 완성되는 거구나.


강윤희, 그녀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 생각이 그녀가 나오는 몇 안 되는 씬을 볼 때마다 처절하게 내 마음에 감겨 떠나질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20년 넘게 함께 하고 있지만 늘 마음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아닌 시댁에 가있는 사람 옆에서 살면서 강윤희는 아마 지독한 외로움과 서글픔으로 병들었을 것이다. 비록 대상이 하필 도준영이라는 것이 잔인하긴 했지만 그것도 결코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테다.


만약 내가 드라마를 만든다면 가급적이면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싶다. 주연 조연에 관계없이 등장인물들 각각에게 할 수 있는 한 많은 입김을 불어넣어 정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싶다. 그래서 남녀노소, 부가 있는 자와 없는 자, 아픈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누가 봐도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대입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다. 그래 [나의 아저씨] 같은 그런 드라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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