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네가 태어나고 두 돌이 조금 지나서 코로나가 찾아왔어.
그리고 지금 나는 6주째 너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홀로 데리고 있단다.
있잖아, 네가 요새 종종 엄마인 내게 이런 말을 해.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데 엄마는 날 안 사랑하나 봐."
그 똥그랗고 많은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나에게 이렇게 말할 때면 난 어쩔 줄 모르겠더라.
이제 막 43개월 밖에 안된 네가 이런 말을 하다니 다 컸다 싶기도 하다가도 마음 한편에 선 미안함과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네가 나에게 안기고 싶어 하는데 엄마인 내가 미처 안아주지 못할 때가 있어.
물론 어떤 일을 하는 중이거나 몸이 아파서 안아줄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겠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엄마도 혼자 있고 싶다는 갈망이 훅 올라와 나를 괴롭히는 날이 있어. 하지만 널 맡길 데가 없는 나로선 참 이뤄지기 힘든 소망인 것이지. 가끔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숨통이 트이긴 하지만 자주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니까.
너를 배 안에 품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만 4년 반 동안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본 경험을 하고 있어. 그건 바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옆에 꼭 붙어서 24시간 365일을 함께 하는 것 자체였지. 너는 내 딸이고 내 몸에서 나왔고 어쩌면 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야. 너와 함께한 하루하루는 결코 지울 수 없는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같은 시간이었어. 왜냐하면 너라는 존재 자체가 내뿜는 빛과 밝음 그건 내 인생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홀한 광경이자 시간들이었으니까.
엄마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야. 물론 모든 인간은 그렇지만 더더욱 나에게 홀로 됨의 부재가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왔어. 왜일까. 생각해보니 엄마는 일생을 혼자서 외롭게 살아왔더라. 그래서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있는 게 어쩌면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봤어.
그래, 길고 길게 돌아왔지만 결국 난 이 말을 너에게 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쓴 거야.
때로 내가 조금 먼 곳을 응시한다거나 영혼이 떠나 있는 것 같아 보일 때 어린 넌 무섭고 불안하겠지. 엄마가 어디론가 가버릴까 봐. 그래서 안아달라고 하는 걸 거야. 하지만 걱정 마 민서야. 엄마는 절대 널 두고 가지 않을 거야. 널 사랑하는 걸 멈추지도 않을 거야.
널 낳고 깨달았단다. 시간은 참 빠르다는 걸. 그래서 네가 엄마인 내 품에 폭 안겨있을 시간도 생각보다 길지 않을 거란 걸 말야. 그래서 엄마는 물론 혼자만의 시간도 갖도록 노력하겠지만 동시에 너와 있는 시간을 헛되이 하지도 않을 거란다. 지금 날 보고 웃어주는 너의 함박웃음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사랑한다 내 딸.
2021. 7월 마지막 날
올해 두 번째 장마를 앞두고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