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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화 Aug 20. 2020

이 시국에 아이를 원에 보낸 나는 나쁜엄마입니다


밤 12시   민서 재우다 같이 잠들었다가 민서가 깨는 바람에 깸. 한 시간에 걸쳐 다시 재움.


새벽 1시 -2시  샤워/ 집 정리


새벽 3시  핸드폰 보다가

새벽 4시 잠듦.


오전 9시 기상. 민서 깨워서 옷 입혀서 어린이집 라이딩.


10:20 - 11:00  간단한 아침식사 차려서 먹고 치우기


11:00 - 12:30  집 청소

        ( 옷 개기. 베란다 청소. 말려놓은 신발 및 수영복 정리. 화분 물 주기. 이불 빨래. 청소기 돌리기. 분리수거)


12:30 - 13:00   온라인 쇼핑


13:00 - 14:00   점심식사 차려서 먹고 치우기 / 국 끓이기


14:00 - 14: 30  화장실 청소


14:30 - 15:30  카페로 이동/ 글 작성


16:00 어린이집 도착 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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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드라마 한 편 맘 편히 못보고 바삐 움직여도

국 하나 끓이고 나면 아이 먹일 반찬 하나 만들기 벅차다.


그나마 카페 오는 시간을 만들어놔야 나만의 시간이 생기는 기분이다.

분명 아이 없이 6시간을 오롯이 나 홀로 있지만은

그 시간 동안 정작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따로 만들지 않으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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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재차 악화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가정보육하는 엄마들이 늘었다.

나도 월, 화 이틀 동안 집에서 데리고 있었지만

지난 몇 주간을 거의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했던 터라 체력적, 정신적으로 한계치였던 터라 오늘은 무거운 마음으로 민서를 원에 보냈다.


어제 민서가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계속 졸린 상태로 놀다 보니 울고 칭얼대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저녁 6시에 저녁도 안 먹은 채 내 등에서 겨우 잠들었나 싶었는데 한 시간 만에 깨서는 한 시간 동안 울았다.

야경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내가 먹은 저녁 식탁도 치우지 못한 채 한 시간 동안 민서와 같이 울었다.


야경증이 나오면 어떻게 해도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없다. 먹을걸 줘도 티브이를 틀어줘도 전부 싫단다.

내가 민서를 돕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고 그걸 빌미 삼아 운다.

안아줘도, 엎어줘도 싫다. 앉아있는 것도 눕는 것도 싫다.



온라인 맘 카페에선 전업맘인데 아이를 원에 보내는 엄마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다른 엄마들의 글이 도배되어 있다. 아예 원을 퇴소했다는 엄마, 워킹맘인데 직장에 휴가를 내고 몇 주째 집에서 보육한다는 엄마들이 자랑스럽게 글을 올리고 끝에 원에 보내는 엄마, 특히 전업맘들을 겨냥한 말을 아프게 한마디 하고 끝낸다. 자기 몸 편하자고 아이들을 위험한 불구덩이에 몰아넣는다며 엄마 자격이 없다는 듯한 말이다. 그 글을 보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난 정말 엄마 자격이 없는 걸까. 정말 아이를 사지에 내몬 것일까.



어제 14kg짜리 아기를 등에서 30분 동안 업고 저녁을 먹다가 문득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기로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스스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에 보냈다.



원에 보내면 마음이 무겁고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 몸이 아프다.


원에 보내면 자기만 생각하는 나쁜 엄마가 되고

집에 데리고 있으면 혼내고 화내고 소리 지르는 사악한 엄마가 된다. 어떻게해도 욕을 먹는 사람이 엄마인걸까.


마음 놓고 놀이터 한 번, 슈퍼 한 번 나가기도 무서운 현실이 어서 빨리 비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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