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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faitement imparfaite Jul 24. 2020

미움받지 않는 다이어트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다른 부서에 있는 동기 C를 만났다. 잔뜩 열이 받아서는 본인이 뭘 먹고 뭘 안 먹는지 끊임없이 견제하고 잔소리하는 같은 부서 여자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단다.


대학생 때 한참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가 취업 준비를 하며 맘고생 다이어트로 살이 쏙 빠진 케이스인 C는 본인의 살 빠진 상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기에, 더이상 살을 찌우지 않기 위해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간단한 과자나 빵으로 때우곤 했는데, 내가 샐러드 싸오는 것을 보고 본인도 샐러드먹기 대열에 합류한 참이었다.

이런 샐러드 도시락. 요샌 귀찮아서 그냥 사 간다.


문제는 다른 여직원들의 오지랖이었는데, 점심 시간만 되면 "어머 C씨는 또 샐러드야? 그러니까 살이 안 찌나보다아~~"부터 시작해서 회식 때도 간식 타임에도 뭔가 같이 먹을 기회만 생기면 본인이 입에 뭘 넣는지를 감시하다가 꼭 한마디씩 저렇게 "C씨는 그거만 먹는거야??다이어트하나봐~~"하면서  덧붙인다는거다.


학교나 직장에서 다이어트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히, 주변에 여자들이 많으면 어렵다.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지"라는 걱정을 가장한 그들의 심리는 결국 '나도 살은 빠졌으면 좋겠는데 다이어트는 귀찮고, 맛있는 건 먹고싶은데 네가 지금 내 앞에서 위기감 느껴지게 다이어트를 해?나만 살  짜증나니까 너도 밥먹고 같이  살쪄!'가 아닌가. 다 큰 성인여자가 하루종일 앉아만 있으면서 점심 한 끼 설령 아예  굶는다쳐도 죽지도 않을 텐데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 힘이 나'긴 개뿔.


년간 드센 여자들 사이에서 맷집을 길러온 나의 팁은, 이럴 때는 아예 정면 돌파를 해버리는 것이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무엇인가. 바로 여우짓이다.


원래 학교 다닐 때도 "아 이번 시험 완전 망했어!"해놓고 알고보니 2개밖에 안 틀린 애들 제일 얄미운 부류 아닌가.


군살 하나 없는 몸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며 '떡볶이 튀김 아이스크림 케익..이번주 폭풍 먹방!' 따위의 캡션을 달아놓지만 음식엔 손도 안댄 상태라던가. 분명 또 깨작거리기나 할거면서 무슨 폭풍 먹방!


괜히 말 나올까봐 '다이어트는 아닌데 그냥..' 해봤자 그녀들의 레이더망에 백퍼센트 걸려 '왠지 재수없는 애'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그게 점심이야?" 하면 그냥 직히 "네 다이어트 해요!!"자.

그럼 대부분 내가 말랐건 안 말랐건  "말랐는데 무슨 다이어트야 뺄데가 어딨다고~~" 라고 국제예양 상의 고정멘트를 시전할 것이다. 나는 보통 그럼 "전 인생이 다이어트에요. 살찌면 뱃살부터 쪄서 티가 금방 나거든요. 회사생활하니까 살쪄서 지금도 2키로만 뺏으면 좋겠는데 나이 드니깐 살도 잘 안빠져요. " 라고 고해성사 해버린다.


그럼 대부분은 분위기 좋게 대화가 다이어트 주제로 흘러간다. 예전엔 맘대로 먹어도 살이 안쪘는데 요샌 앉아만 있는데 자꾸 약속이 생기니 살이 찐다는 둥, 제가 또 어릴때 트레이너 일 하지 않았었냐, 운동은 살 안빠진다 안 먹는게 최고다 라는 둥.


조금 있으면 대화는 어느 새 상담이 되어버린다. "나는 왜 요새 자꾸 살이 찔까?"라는 물음에 '방금 점심 뭐 드셨어요?네 그거네요. 아시면서~'라고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호르몬 탓을 해줘보며  '그래도 목이 기시고 상체가 워낙 말라서 뭘 입어도 말라보인다' 따위의 따스한 위로를 건네면 대부분 만족하고 돌아간다. 승리한 것이다.


조금 더 꿀팁은, 그냥 솔직하게 인간적인 모습도 가끔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끔 있는 간식타임에 누가 호떡을 사왔는데, 하나 순삭하고 아쉬워서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나에게 옆에서 하나 더 먹으라고 권한다.


이때도 그냥 정면돌파 하자.

 "진짜 먹고싶은데 하나 더 먹으면 살찔 거 같아서 참는 거에요. 저 맘 먹으면 저거 한번에 5개도 먹을 수 있어요."

 ..이건 사실 일부러 계산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거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새침)'보다는 효과(?)가 나은 것 같다.


물론 평소에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잘 하는 것과 <너네가 뭐라해도 이건 내 생활 습관이니 터치하지 말라!>는 걸 보여줄 만큼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시기 질투와 견제는 없앨 수 있으면 가능한 한 없애는 게 좋을 것이다.


맛있는 게 말 그대로 넘쳐 흐르는 세상에서 고독하게 다이어트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미움 받고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하면  너무 서글프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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