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야.”
“돈을 따라가면 안 돼”
청춘이라고 불리는 시절, 참 자주 들었던, 그리고 스스로 내뱉기도 했던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추상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당시에는 굉장히 이상적인 삶의 어떤 모습을 보여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열정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세상이 저에게 던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 돈을 중요시하거나 ‘돈’을 직접적으로 꺼내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진정의 의미를 놓치고 있다고 결론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여러 개의 능선이 생겨나면서 저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사랑이나 우정, 가족처럼 무형의 가치들이 중심축이 되겠지만, 돈 또한 결정적인 역할, 선택,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커피 쿠폰을 보냈습니다. 농담처럼 “내 생각하면서 마셔”라고 말했더니 친구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작은 커피 쿠폰이었는데, 친구의 기쁜 표정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커피 쿠폰을 받고 좋아하는 친구의 얼굴이 좋았고, 커피 쿠폰을 편안한 마음으로 선물할 수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돈은 화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이지요.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소중한 사람들과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니 말입니다.
아주 가끔 주변에서 너무 돈, 돈 이야기를 하면서 욕심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돈, 돈 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돈 때문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지금도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다시 물어온다면, 여전히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시작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한 마디를 덧붙일 것 같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제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행복을 직접적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조건과 상황,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돈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입니다.
from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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