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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r 18. 2024

말 한마디는 몇 그램일까?

“말 한마디는 몇 그램일까?”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말입니다. 그날 외부에 나갔다가 우연히 어떤 공사 현장을 지나게 되었고, 아주 잠깐이지만 순간적으로 깊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어떤 일부가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괜찮아요. 일하다가 그런 줄 알겠죠”

“어떻게 세부적인 것까지 다 챙기면서 일해요?”     


무심히 던진 말이었지만, 그 말이 지금껏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또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상상이 가고도 남음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나쁘게 바라볼 말인가 싶다가도 그날 이후 머릿속에서 내내 그 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요. 일하다가 그런 줄 알겠죠”라는 말은 어떻게 바라보면 굉장히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소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넘어가는 것이 정말 괜찮은 것일까?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세심함과 예의를 갖추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존중과 신뢰를 쌓아가는 기본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지면서 그때부터 시작된 질문입니다.     


“말 한마디는 몇 그램일까?”     


가끔은 말의 무게를 잊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다는 얘기는 속담으로만 남아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고,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 힘들게 만들 때가 있어 일부러 외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웃고, 또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속상해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말 한마디로 그날 하루의 색깔이 달라진 셈입니다.     


말 한마디는 몇 그램일까요? 그 영향력을 생각하면 한없이 넓어지기도 하고, 그만큼의 크기로 유연함을 가지면 자유로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무게를 재는 일은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인식’하는 과정은 필요해 보입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결정지을 수도 있고, 동시에 스스로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배경 화면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비록 말 한마디이지만 ‘말’을 넘어, ‘색깔’을 지니고 있다고 하니, 가끔은 멈춰서 물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말은 어떤 색을 지니고 있을까?”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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