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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Apr 12. 2024

2024 대구 국제마라톤 대회 5km 참가


언젠가부터 마라톤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이라는 단어는 너무 큰 벽처럼 느껴졌고, 감히 그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두려움이 앞선 게 사실입니다. 이런 바람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그 벽을 살짝 건드려보는, 맛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4월 7일 지인과 함께 <2024년 대구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것입니다. 대회를 앞두고 집으로 번호와 함께 스마트 기록 칩이 부착된 빨간 티셔츠가 도착했습니다. 약간 주춤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 진짜 달리는 구나!’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찾아들었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빨리 달리는 것에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뛰더라도 5km를 걷지 않고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자. 그것만 해도 성공이다!’     



대회 당일 짐을 최대한 줄일 요량으로 빨간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에 올라갔습니다. 겉옷을 입기는 했지만, 눈에 띄는 색깔이 부담스러웠는데, 참으로 불필요한 고민이었습니다. 같은 목적으로 가진,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지하철에 한가득이었기 때문입니다. 동지를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건강을 위해 5km를 달리는 사람이든, 풀코스에 도전한 사람이든, 저마다의 목표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굉장한 일에 참여한다는 기분에 새삼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지하철에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대구 스타디움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처음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막막했습니다. 처음 찾아온 장소, 수많은 사람.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도 줄을 서 있고, 저기에도 줄을 서 있으니, 매번 물어보거나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는 무슨 줄이에요?”

“화장실 줄인데요...”     

“여기는 무슨 줄이에요?”

“납작만두 줄인데요...”     

“물품보관소가 있다고 했는데, 혹시 아세요?”

“저기 안쪽으로 한참 쭈욱...”   

  

블로그에서 읽은 정보를 되새기며, 물품보관소를 찾아나섰습니다.      

“여기 물품 맡기는 줄인가요?”

“네”     

다행히 늦지 않고 물품을 맡겼는데, 그다음이 또 문제였습니다. 출발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더 자세하게 정보를 알아보지 않은 것이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휀스 안에도 사람이 있고 휀스 밖에도 사람이 있고, 도로 쪽으로도 사람이 있어서 방향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잘못 들어서면 빠져나올 길이 있는지 살피면서 걸어가는데 그제서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풀코스 A”

“5km는 어디에 있을까?”

“음...”     


안내방송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은 풀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저 밑에... 10km 글자 보이네. 더 밑으로 가야겠는걸...”

얼마나 걸어갔을까요. 드디어 ‘건강달리기 5km’ 플래카드가 보였습니다.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했다니 안도감 때문일까요. 그제서 안내방송이 귀에 들려왔습니다. 풀코스 A, B, C팀이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마라톤의 꽃이라는 10km가 출발했고, 드디어 우리 5km가 출발했습니다.     



5km 달리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잘 못 뛰더라도 걷지 말자고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으니까요. 빵과 음료, 메달까지 받았으니 대성공이라고 할만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라는 게 있는데, 이곳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마라토너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고, 건강을 위해서든, 어떤 목적을 위해서든 자신의 끈기와 의지를 실험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영감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배동성 사회자의 유쾌한 입담이 대기시간을 훨씬 덜 지루하게 해 주었다는 얘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5km 출발을 앞둔 우리에게 가다가 힘들면 쉬어도 된다고, 1시간쯤 쉬었다가 해도 풀코스 A팀보다 먼저 들어올 거라고, 그 얘기에 지인과 한참을 웃었습니다. 하지만 2024 대구 국제마라톤에 처음 참가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대회장 주변의 위치, 출발 지점, 빵과 음료, 메달을 주는 장소에 대한 안내문을 미리 보내주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빨간 티셔츠를 발송할 때 작은 메모장이라도 넣어 보내주어 저처럼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을 것 같았습니다. 5km의 경우 달린 시간은 30분~40분 정도인데, 빵과 음료, 메달을 받는데 거의 2시간 정도 걸린 거 같아요. 처음에는 어느 줄인지 몰라서 10km 뒤에 서서 기다렸거든요.     



또 다른 한 가지는 물품보관소였습니다. 맡긴 물건은 많고 관리하는 사람은 적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살펴봐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시스템의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한 줄로 서서 지나가면서 각자의 구역 앞에 서면 담당자가 찾아주는 방식으로 하면 좋은데, 눈에 띄는 번호 중심으로 물품을 돌려주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물품보관소의 각 구역을 조금 더 넓게, 구역을 명확하게 하고, 자신의 구역 앞에서 담당자가 찾아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 같았습니다. 한 줄은 너무 복잡할 것 같고, 2, 3명 정도가 지나갈 수 있도록 라인을 만들어 놓아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몇 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저는 너무 뿌듯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얘기하는 달리기의 매력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달리는 마음’을 경험하는 아주 중요한 하루였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뿌듯함은 ‘작은 성공 경험’으로 제 자산 목록에 올랐습니다. 내년에도 달려야겠다는 생각에 마라톤을 마치고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내년에는 <담다>를 붙이고 함께 달려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함께 뛰어보자고 얘기해 봐야겠습니다. 그저 달리기가 아니라 내 삶 속으로 달려가는 기분을 느껴보자고 말입니다.   

  

“달리는 마음은 

글 쓰는 마음과

무엇이 똑같고, 무엇이 다를까?”     


윤슬작가     



#대구마라톤 #대구국제마라톤 #참가후기 #5km #건강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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