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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Aug 02. 2024

“21살 때 뭐했는지 기억나요?”

21살.

그것은 세계입니다.     



며칠 전 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은 21살이 된 친구의 딸이 함께한 자리였고, 그 아이의 대학 생활에 대해 마음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호기로운 모습이 보이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아이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울다 웃기를 반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를 포함한 어른들이 각자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1살 때 뭐했는지 기억나요?”     

“그때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나중에 당구장 주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저는 일한다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21살? 친구들과 버스 타고 여기저기 다닌다고...”

“소개팅 자리 다닌다고 바빴던 것 같은데...”

“군대에 있었지, 그것도 아주 빡신...”     


완벽하지는 않지만, 추억이 소환된 그곳은 순간적으로 봄날이었습니다. 예쁜 벚꽃이 피어오르고, 고개를 올려다보며 저마다 상상의 향기에 취한 모습이었습니다.     


“작가님은요?” 

“저요? 음... 저는 말 그대로 방황의 끝판왕?”

“방황? 무슨 방황? 방황할 게?”     


사람을 좋아하고, 상처도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스스로 길을 정하고 나아가고 싶은 성격도 있습니다. 정해진 것을 묵묵히 따르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반항심도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성적이나 외모에 내세울 것이 없어서 몸과 어깨가 잔뜩 움츠려 생활했던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저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대입 실패를 넘어, 가까스로 들어간 전문대학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에만 열심이었습니다. 부모님 몰래 학교를 빼먹는 날은 부지기수였고, 그러면서도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고민은 넘쳤지만,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늘 화두처럼 머릿속에 들고 다닌 질문은 있었습니다.     


‘왜 공부해야 하는가?’

‘왜 성공해야 하는가?’     


아주 가끔 술자리에서 하소연하듯 속엣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에 중심주제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학교를 휴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휴학하고 나서 아주 큰 깨달음을 아닌 깨달음을 마주했다는 것입니다.     


‘혹시 삶이라는 것, 이거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자신감 같은 게 있어서 덤벼들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보낸 휴학을 마치고 다시 복학한 후, 편입을 준비해 공간을 옮겼으니 말입니다.     


21살.      


저에겐 즐거움, 호기심,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공부가 뭔지, 성공이 뭔지, 인생이 뭔지, 진흙 구덩이에 빠진 기분을 더 많이 느꼈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을 지나왔다는 생각은 듭니다. 적어도 더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는 기분을 그 이후로는 별로 느끼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물론 샅샅이 파고 들어가면 더 나올 것입니다. 저를 몰아세우고, 벼랑 끝에 선 기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황’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장면을 찾으라고 한다면, 그 시절을 넘어설 기억은 없을 것 같습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에세이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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