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여름방학을 맞이할 즈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헬스장에 다니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줄넘기, 홈트레이닝을 거쳐 요즘은 농구에 푹 빠져 있습니다. 농구에 재미를 붙였는지 취미 활동인 줄 알았는데 조금씩 실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더니, 시간이 날 때마다 농구공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갑니다. 농구공을 가지고 가서 열심히 골인하는 연습을 하겠구나 싶었는데, 아이를 따라 걷기 운동이라도 하려고 따라 나갔다가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근력 운동, 점프력 강화 운동, 유연성을 기르는 스트레칭까지 아이는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나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저 농구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몸을 여러 방향에서 관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운동 계획표가 만들고는 근력 운동 몇 분, 농구 연습 몇 분, 유연성 운동 몇 분으로 잘게 목표를 나누고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 시간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주변 트랙을 걷기만 했다가 저도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근력 운동 20분, 빠르게 걷기 20분으로 목표를 정하고 근력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기구를 선정해서 3~5회 반복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밤마다 아이를 따라 길을 나섭니다.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내고, 스스로 규칙을 세워 지켜나가는 아이와 공원을 향해 걸어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자기 이유로 살아가기’
앙드레 지드는 “인생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철학자 루소는 “자신의 길을 걷는 자는 누구나 영웅이다”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유로 살아갑니다. 아주 가끔은 남들이 정해준 길을 걸어가기도 하고,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 애쓰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은, 자신의 이유를 발견하고 그 이유로 스스로를 이끌어 가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틀에 맞추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만의 이유로 나만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길을 가는 삶 말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아이의 모습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기의 삶 속에서 ‘자기 이유로 살아가는 법’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몸 건강하게 학교를 잘 다니고, 학원 숙제를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자신만의 목표와 이유를 찾아서 운동 목록을 만들고 해내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습니다. 엄마, 부모로서 아이를 도와주고 이끌어줘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제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도 배워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지금 나만의 이유로 살아가고 있는가?
남의 기대나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면서 살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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