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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Sep 23. 2024

“잠시 잊고 있었다. 나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사무실을 옮기면서 다른 장소로 가져갈 거라고 두고 왔는데, 다시 가져와야 할 것 같아 예전 사무실에 들렀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는 찰나의 순간, 순간적으로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아주 깔끔했다. 누가 금방 들어와도 무방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심리적인 측면에서 나도 모르게 일시 멈춤이었다. 텅 빈 것 같은, 망망대해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것도 순간적으로 떠오른 말은 이것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나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왜냐하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딱 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큰 책상, 의자 몇 개, 그리고 수업을 위한 대형 TV. 그랬다 나는 이렇게 시작했었다. 새로운 여행지, 낯선 곳으로 떠나면서 짐을 많이 넣을 수 없었기에,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겼었다. 책, 글,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두루뭉술한 생각과 감상적인 기분에 둘러싸여 명확한 목표, 계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그 장면, 그 순간은 완전히 잊고 살았다. 마치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처럼,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것처럼,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음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여기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게 어설프게 시작한 그날, 그 이후의 행보들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정진했다’,‘수행했다’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이다. 아는 게 없으니 여기저기 물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달라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노력이 성과를 장담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노력이 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에서는 착각하지 않고 있다. 나는 성실함이라는 무기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다.     



심리학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역동적인 것에서 자연스러움을 읽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선호하는 성향은 안정성이지만, 지금 내가 하는 모습을 보면 역동적인 방향에 자주 시선이 간다. 만약 하나의 일을 두고 두 가지 성향이 부딪치면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정말 이도 저도 못하는 모습에 발만 동동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극명하게 나눠진다. 일상적인 모습에서는 안정적인, 평화로운 모습을 지향하는 반면, 일, 개인적 성과를 위해서는 역동성을 발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어디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그런 것 같다. 일어나고, 시작하고 나면 제 길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아가는 느낌이다. 심증적으로는 그런 것 같고, 주변에서 일어나고 벌어지는 모습도 그런 것 같은데, 우선은 조금 더 연구해 볼 생각이다. 나를 두고, 내 일을 두고, 내 삶을 두고.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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