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또 한 번 핸드폰에 푸쉬 알람이 울렸습니다.
눈을 돌려 메시지를 확인하니 짧고 강렬한 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꾸준한 글쓰기가 답입니다.“
심장을 콕 찌르는 듯한 한마디였습니다. 순간 자각했습니다. 요즘 제가 거의 글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부끄럽지만, 글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푸쉬 알람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던 모양입니다. 요즘은 간신히 책 읽을 시간이나 조금씩 확보하려고 노력하며, 하루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는 게 전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절로 "아이쿠"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글쓰기가 소홀해졌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출판사 일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일상의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출판사 업무로 옮겨갔던 겁니다. 출판사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겠다고 스스로 선언했고, 단순하고 실용적인 저의 뇌는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되어, 어떻게 하면 출판사를 더 성장시킬지에만 집중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를 미루는 일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거죠.
여기에 또 하나의 큰 핑곗거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출판사에서 준비한 <2024 담다 book 페스티벌>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온통 그곳으로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하게도 어제 그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 덕분에 멋진 순간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인복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함께해 준 이들을 보며 더 열심히, 더 진심으로 출판사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행사가 끝난 지금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잠잠해진 듯한 느낌입니다. “이제는 다시 열심히 글을 써야지”라는 결심을 할 법도 한데, 그 마음이 제 뇌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왜 이렇게 글쓰기가 자꾸 밀려나는 걸까요? 주말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참 동안 혼자 생각에 빠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실, 끈기, 열심히라는 단어들 앞에서 지금의 저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진지하게 묻고 대화해 봐야 할 주제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글쓰기를 하지 않는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생각하던 중, 문득 위안이 될 만한 한 줄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글을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삶을 쓰고 있던' 것은 아닐까?“
비록 문장으로 남기지는 못했어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저만의 스토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던 건 사실이니까요. 아직 문장으로 탄생하지 않은 글의 형태로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축적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직접 글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 속에 쌓인 경험과 감정들 역시 나의 삶의 단어와 문장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급함도 줄어들었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글쓰기와 참 닮은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의 경험이 단어가 되고, 감정과 배움이 문장으로 재탄생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갑니다. 비록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문장을 통해 치유와 성찰의 순간을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이 또한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좋은 글쓰기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 행사도 끝났으니 조금씩 글쓰기에 다시 마음을 내어볼 작정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리 길지 않아도 좋다는 초심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장을 쌓아가며 나를 되찾아가는 과정일 테니까요. 기록으로 옮기지 못하고, 가슴 속에만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까우니 어떻게든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봐야겠습니다.
from 윤슬작가
#글쓰기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