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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호 Jan 26. 2020

공백기에 뭐 하셨어요?

공백기 답변에 대한 면점관의 솔직한 반응

면접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공백기에 대한 질문을 어렵게 생각합니다. 지원자를 일부러 난처하게 만들고 싶진 않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는 항목입니다. 그 기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지원자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헛되게 시간을 보낸 사람과 치열하게 노력한 사람을 같게 평가할 수 없겠지요.


기본적으로, 취업이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1년 미만의 공백기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상하반기 취업시즌만 놓쳐도 1년이 훌쩍 지나가니까요. 그 기간이 너무 길지 않다면, 공백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공백기의 길고 짧음 보다 '어떻게' 보냈느냐입니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깊은 생각을 통한 상세한 답변이 미리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원자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듯 공백기에 대해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공백기를 담담히 인정하고, 자신의 경험과 성과, 생각의 변화 등을 정리하면 됩니다. 혹시 후회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그 사실을 얘기하고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그럴듯한 답변을 흉내 내다가는 이어지는 심층 질문에 다 탄로납니다. 다른 질문도 마찬가지지만, 어설프게 속이려 했다가는 바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면접을 진행하면서 공백기에 대한 다양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면접관의 입장에서 어떤 반응이 떠오르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공백기에 대한 각자의 답변을 준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반복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가장 기본은 진실되게 자기 이야기를 준비하는 겁니다.


1.  준비하며 보냈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만큼, 가장 많은 대답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1년 미만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동안 취업이 안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답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면접관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태도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 답변에 이어서 '몇 군데나 지원했었나?' 또는 '어디에 지원했었나?'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기 어려운 걸 알지만, 취업에 대한 방향성이 있는지, 아니면 무조건 합격하고 보자는 태도인지 알고 싶어서입니다. 따라서 탈락 횟수를 사실 그대로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면접관은 탈락 횟수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결점이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러워집니다. 같은 이유로, 지원한 회사와 관련없는 업종이나 직무에 지원한 경험을 언급하는 것은 유리할 리 없습니다.


취업 준비로 보낸 공백기가 1년을 훌쩍 넘는다면 더 철저히 답변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 기간을 단순히 입사 지원과 탈락만을 반복했다면, 사실 마땅한 답변을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그 기간에 어떤 공부를 했던지,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지(집안 사정, 질병 등)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분석하고 그것을 통해 (특히 지원 직무에 도움이 되는) 얻은 점을 정리하고 당당하게 답변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2. 공무원 준비했습니다. (공공기관도 비슷)

몇 번의 질문 끝에 이렇게 대답할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 있게 대답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말로 둘러대다가 '사실은 공무원...' 이런 식의 답변은 신뢰를 잃게 만듭니다. 요즘 같은 고용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도전했다는 게 그리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명확한 목적없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준비했던 지원자는 탈락 1순위 입니다.)


저는 공무원을 희망했었다는 지원자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 세트가 있습니다. 각 질문에 대한 최악의 답변과 그나마 양호한 답변을 적어 보았습니다. 괄호 안은 그 대답에 대한 저의 솔직한 반응입니다.


1) 왜 공무원이 되고 싶었나요?

Worst :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대충 일해도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은 아니고요?)

Not Bad : OO직무와 같은 공공의 일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보람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쓰셨네요)


2) 공시를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Worst : 더 나이 들면 취업도 안 될 거 같아서요. (취업이 안 되는 이유가 나이만은 아닐 듯합니다)

Not Bad : 최대 3년 도전해 보고 안되면 취업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계획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3) OO직무를 지원한 이유는요?

Worst : 공무원 준비하느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왜 하시려고요)

Not Bad : 지원 직무의 이러저러한 점은 이런저런 면에서 저의 성향과 맞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지원한 게 아니라니, 그럼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묻겠습니다)


그동안 시험을 준비하면서 얻은 것이 지원한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면, 그 직무를 위해 처음부터 준비해 온 지원자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했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공백기 관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3. 별일 없이 보냈습니다.

워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별일 없이 보냈다'는 답변입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지원자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적잖게 만나게 됩니다. 한마디로 최악의 답변입니다. 실전 면접이라면 바로 탈락입니다. 그래도 모의면접이니 '긴 시간을 그냥 보내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라며 다시 기회를 주지만,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더 나은 답이 나오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답변만으로 판단하면, 소중한 시간을 헛되게 보낸 사람이 되는 셈입니다. 면접관 입장에서 이런 사람을 채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헛되게 시간을 보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하다못해 '뭘 해서 먹고살지?' 이런 고민이라도 했을 겁니다. 공백기에 겪은 경험이 정 없다면, 이런 고민이라도 충분한 답변이 될 수 있습니다.


공백기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헛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시간을 통해서 00 분야에 전문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ㅁㅁ직무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심에 따라 관련 자격증과 같은 성과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낸 사람이라는 최악의 오해는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 '답변하기 어려운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있는 답변 '꺼리'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자격증, 일 경험, 희망 직종 스터디... 뭐든 좋습니다. 무언가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구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최종 합격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겁니다. 서둘러 실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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