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호 Mar 28. 2020

면접관은 너의 아픔을 알고 싶은 게 아니야

'역경 극복 경험' 질문을 대처하는 방법

'역경'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상황이 떠오르나요? 드라마 단골 소재처럼, 부모님 사업이 부도나거나 중병에 걸린 가족이 있는 상황을 생각했나요? 혹시 그렇더라도 혼자만 특이한 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취준생들이 '역경 극복 경험'을 대답하기 위해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 해 내려고 애씁니다.


면접관 입장에서 그런 경험에 공감은 되지만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습니다. 이 질문의 취지는 누가 더 힘든 경험을 했는지 순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직장 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어려움까지 견딜 수 있을지를 알고 싶은 겁니다. 실제 직장에서 발생하는 난관을 예로 들며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뻔한 대답이 돌아올 테니 과거의 경험을 묻는 거죠. 


따라서 지원자는 '나는 과거에 이 정도의 고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으니 앞으로 직장에서 겪게 될 이러저러한 어려움도 견뎌낼 역량이 있다'라는 형식으로 대답하면 됩니다. 비유하자면, '나'라는 상품은 '내구성 테스트'를 충분히 거쳤기 때문에 앞으로 웬만한 충격은 문제없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입증하는 거죠.


이러한 질문의 취지를 알면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만으로는 '역경 극복 경험'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점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실천한 노력이 있어야 자소서나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묻는다 해서 '그때 정말 힘들었습니다'가 전부인 스토리를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 2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서, 
학비와 용돈을 벌어가며 학업을 마쳤습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정신력을 키울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는 스토리는 책임감을 입증할 수 있지만, 단순히 시간이 지나 상황이 나아졌다거나 종교에 의지했다는 식의 내용은 역경 극복 경험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어려움에 처했다고 시간이 지나 나아지기를 기대하거나 종교에 의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역경 극복 경험'에 대해 어떻게 답변을 준비하면 도움이 될지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소재의 선택

반복하지만, 마음고생만으로 끝난 경험은 개인적인 역경은 될 수는 있어도 '역경 극복 경험'이 될 수 없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묻는다고 단순히 그런 경험을 듣고 싶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거창하지 않은 경험이라도 자신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역경 극복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쉽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경험 내용이 특이하거나 복잡해서 전달하기 어렵다면 비유하거나 단순화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역경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노력의 의미나 필요성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2. 극복 과정

극복을 위한 계획과 실천이 생생하게 그려지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주어진 역경으로 인한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시간, 인적/물적 자원 등)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설명하면 됩니다. 그냥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보다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해서 설명해야 노력의 정도가 잘 전달됩니다. 


3. 지원 직무와 연결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은 점이나 향상된 자신의 역량이 지원한 직무에 어떻게 적용될지 연결하면 무난한 마무리가 됩니다. '제가 지원한 ○○직무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을 통해 몸에 익힌 책임감으로 ○○직무에 임하겠습니다.' 이런 식의 구성에서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설득력을 높을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자면,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역경 극복 경험'에 부적합한 답변을 하는 분들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겪지 않은 경험을 꾸며내거나 과장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면접관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집요하게 심층 질문을 던질 것이고, 거짓이라면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