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간단한 질문은 보기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래, 뭐 이 정도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요즘 사는 낙이 없는데 이런 게 행복일리 없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글쎄 딱히 불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대답인데도 뭔가 미심쩍습니다.
"지금 짜증 나셨나요?"
이 질문은 어떤가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짜증 났는지 아닌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난다, 슬프다, 화난다, 즐겁다 등과 같은 감정은 모호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밀려오는지 알고 있고, 그것은 다른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친구가 짜증 난다고 할 때, '도대체 어떤 기분이라는 거야'라며 답답해할 사람은 거의 없죠.
하지만 '행복'은 다릅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 행복한 건지도 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괴로움을 참는다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어떨 때 행복한지도 모르고 그것을 좇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신기루를 향해 끝없이 사막을 걷는 거 같습니다.
무언가를 찾아 오래 헤맸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찾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질문이 잘못되면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선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행복의 의미를 정리해 보려 하는데, 그전에 행복에 대한 오해부터 다뤄보겠습니다.
행복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목표가 달성되면 행복해진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니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행복은 접어둬야 한다는 생각이죠.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의 고생은 취업만 하면... 00억만 모으면...
행복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이런 다짐들이 반복됩니다. 물론 큰 목표를 달성했을 때 강한 성취감으로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어떤가요? 아무리 대단한 목표도, 그것을 달성한 후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인간은 그렇게 '생겨' 먹었습니다. 길어야 몇 개월이고 곧 익숙해지고 맙니다. '내가 이걸 위해서 그렇게 고생했나'라는 허탈감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만족감의 지속시간이 생각보다 짧은 것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배불리 먹을 때 느끼는 포만감과 비슷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 나서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러니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행복한 삶이 이어질 거라는 기대는 이제 버려야 합니다. 몇 번 속았으면 충분합니다. 대신, 목표를 향해가는 하루하루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두 번째는 '행복은 완벽한 상태'라는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이루고 걱정이나 불만이 없는, 말 그대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때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지금 좋은 일도 많지만, 이런저런 걱정이 있는데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는 식의 생각입니다. 이런 오해 때문에 꽤 충족된 상황에서도 행복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긍정적인 감정을 무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더 중시하는 거죠.
그런데 과연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통이 전혀 없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면 그런 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우리에겐 늘 크고 작은 걱정과 불만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언젠가 걱정이 전혀 없는, 그런 완벽한 순간이 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은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통증은 피하고 싶은 거지만, 그렇다고 통증을 못 느끼게 되면 우리 몸을 지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취업 준비로 불안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는 힘든 직장 생활에서도 노력한 결과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live) 수 있는 것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뿐입니다. 현재의 긍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행복이라는 별도의 감정이 있다는 오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복은 특별한 상황에서 느끼는 별도의 감정이 아닙니다. 행복은 다양한 긍정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만족스러운 감정을 일컫는 통칭입니다. 다른 감정과 다른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평온한 일상에서, 누군가는 매일 신나는 생활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심지어 한 사람도 여러 가지 감정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기쁨, 만족감, 고마움, 호기심, 사람들과 교류, 자아실현, 경외심 등과 같이 다양합니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또, 최인철 교수는 [굿 라이프]에서 '행복한 삶이란 가슴에 관심 있는 것 하나쯤 담고 사는 삶'이라고 했습니다. 지극히 공감하는 말입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준을 들이댈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행복의 의미를 몰라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을 안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행복에 대한 오해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입니다. 이미 곁에 있는 행복을 알아보지 못하고, 심하면 나만 행복하지 않다는 비관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오해로 인해 행복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