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중 다니던 작은 회사에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분이 계셨다.
우리는 그분을 "월요일 손님"이라 불렀다. 월요일 손님은 30대 후반쯤 되어 보였고,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새였다. 사무실에 오면 먼저 싱크대에 쌓여 있던 컵을 씻고, 책상을 닦으며 공간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청소하는 분은 아닌 거 같았다. 정리를 마친 뒤에는 늘 사장님과 마주 앉아 20~30분 정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사장님과의 대화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야기, 최근 화제가 된 뉴스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오랜 지인처럼 편안한 분위기였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친분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지인이라면 매주 정해진 시간에 찾아와 사무실을 정리하고 간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
어떤 사이인지 묻고 싶었지만, 너무 사적인 질문 같아 그러질 못했다. 월요일 손님이 다녀가신 후 사무실이 한결 정돈된 걸 보며 감사할 뿐이었다.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능숙하게 깨끗이 정리해 주고 가니 은근히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다만 이 분은 뭐 하는 분이시길래 이렇게 청소를 해 주고 가실까 하는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친구분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분의 자녀가 자동차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자 사장님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좋은 보험설계사 한 분을 추천해 줄게. 정말 믿을 만한 분이야."
그리고 며칠 후, 그 월요일 손님이 월요일이 아닌데 사무실에 왔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 월요일 손님이 자동차 보험 서류를 꺼내 들 때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몇 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보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던 그분이 사실은 보험설계사였다. 왜 사무실 청소를 해 주시는지 전혀 짐작도 못했지만, 그것이 그분의 영업 전략이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걸 제공하면서도 부담을 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월요일 손님의 '자발적인 영업사원'이 되어 있었다.
예상했겠지만, 월요일 손님이 방문하는 회사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같은 방식으로 여러 회사를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며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분의 일정상 우리 회사는 월요일 10시 방문이었고, 매일 일정이 꽉 찰 정도로 방문할 곳은 많았다고 한다. '자발적인 영업사원'은 우리뿐이 아니었다. 나중에 더 알게 되었는데, 월요일 손님의 영업 실적은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왜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이 가끔 사탕이나 명함을 돌리며 방문하는 다른 보험설계사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는지. 역설적이게도, 월요일 손님은 단 한 번도 보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보하는 강력한 보험 영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영업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진 않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일을 추진하는데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월요일 손님은 한 번의 대화나 몇 마디의 설득으로 신뢰를 얻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오랜 시간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 신뢰가 쌓였을 때, 사람들은 기꺼이 그분을 추천하고, 도와주고 싶어 했다.
빠르게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어떤 관계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월요일 손님의 방식은 그것을 훌륭하게 증명해 보였다. 그때의 경험은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사족.
나는 보험 영업은 전혀 모르는 분야라 당시 월요일 손님같은 영업 방식이 흔한 건지, 아님 그 분만의 전략인지 알지 못한다. 단지, 내 경험상 그분의 영업은 처음 보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