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나이 먹을수록 깨닫는 진리가 있다면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존중도, 누군가의 호의도 가족의 사랑조차 당연하지 않다.
가까운 것도 당연하지 않으며 평생 볼지 아닐지는 알 수가 없다.
자취를 할 때 꽤나 오래 그 동네에 머물렀었다.
집에 가는 길이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지더니 당연한 풍경이 돼버렸다.
늘 보는 풍경, 내일도 보고 모레도 보고 한 달 뒤도 보겠지 했지만 조금은 갑작스럽게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그 풍경은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착각은 종종 가족들에게 한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해왔기 때문에 조금 드문드문 봐도, 연락이 무심해도
당연히 볼 사이니까 하고 넘겨 버리지만 시간은 야속하기만 하다.
가족은 어찌 보면 바꿀 수 없는 자리기 때문에 오히려 무심해진다. 그냥 그 자리에 늘 있는 뿌리내린 존재라고 믿기 때문에.
고향에 내려왔을 때 부쩍 엄마와 아빠가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코로나 이전에는 나보다 산을 빨리 타던 엄마는 이제는 산은 쳐다보기만 하신다. 나보다 훨씬 걸음이 빨라 거의 뛰어가다시피 해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아빠도 걸음이 느려지셨다.
함께 하기 때문에 아웅다웅했지만 언젠가 이 시간도 그리워지지 않을까 생각하니 약간은 무섭고 경계심이 들었다.
서울에서 자주 보던 친구들도 당연하게 보기는 힘들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떻게 하면 남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부터 주변을 그리는 걸 조금씩 늘려 간 거 같다.
엄마 아빠도 그리고 삼촌과 고모도 종종 그리고 조카들이나 사촌들 친구들도 가끔 그렸다.
그렇게 마음먹고 나니 주변을 좀 더 관찰하게 되고 생각지 못한 유쾌함도 발견할 때면 괜히 으쓱하기도 했다. 언젠가 주변인물들을 모델로 스토리도 짜보고 싶다.(특히 아빠.. 우리 아빠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없는데 내 묘사력이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