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을 시키면 된다
시어머니랑 10개월 같이 살았더니 스트레스를 다 먹는 걸로풀었더니 5키로가 쪘다가 다시 요즘 4키로가 빠졌다.(시어머니랑 안 살면서 눈치 안 보고 운동도 많이 가니)
신랑이 내가 예뻐졌다고 한다. ㅎㅎ 남자들한테는 여자 외모가 중요하다고 하더니 신랑이 나를 좀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하고(이정도 얼굴을 불안해하면 ㅋㅋ) 나도 신랑에 대해서 좀 콧대가 높아진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엔 신랑 눈치를 많이 봤는데(신랑이 경제적으로 책임을 지니) 이젠 신랑이 나를 좀 더 좋아하는거 같으니까 나도 목소리가 좀 커졌다. 나도 아직 젊으니 다른 사람도 찾아보고 싶다는 둥 이런 말로 신랑을 떠봐도 기분 나빠하기는 커녕 내 여자가 아직 완전히 자기 여자는 아니라는 것에 더 신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짜 이 외모가 뭐라고, 살이 4키로가 빠지고 내 엉덩이가 예전보다 더 업이 되고 눈에 아이라인을 그리고 입술을 빨갛게 바르는게 뭐라고 더 대접 받는 기분이다. ㅎㅎㅎ
내 내면은 그들에게는 안 보이니까.
어떤 한숨을 안고 사는지, 어떤 소소한 즐거움으로 오늘 하루 살아가는지, 나란 사람이 엉덩이가 쳐지거나 업이 되거나 흐리멍텅한 눈매거나 또렷한 눈매거나 입술색으로밖에 나는 우선 그들에게 비쳐질 수 밖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나를 그것으로 나란 사람을 유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손쉬운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내면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어쩌면 일평생이 걸려도 가꾸기 쉽지 않은 반면에 외모를 가꾸는 것은 몇분만에도, 몇달만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다.
세상은 외모지상주의라고 그들의 낮은 수준을(나만큼 고귀하지 않은 안목을)비하하며(마음속으로는 상심하며)외모를 등한시하고 책에만 (책은 나를 평가하지 않으니)빠져살아온지 십수년째, 외모에 작은 좋은 변화가 오자 주위 반응이(특히 나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신랑의 반응이)달라짐을 느낀다. 나는 그동안 중요한 것을 등한시했던걸까.
강아지를 두마리 키우는데 강아지가 꼬질꼬질할때는 그들을 잘 안쳐다보게 됐다. 나만 바라보는 그들(강아지들)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근데 어느날 너무나 깜찍하고 깔끔하게 애견미용을 하고 온 날, 갑자기 짐처럼 느껴지던 강아지들을 안고 싶어지고 갑자기 산책을 시키고 싶어지고 사람들한테 난 이런 예쁜 강아지들이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미용한 우리 강아지들을 통해서 외모의 중요성을 어설프게 느꼈던 것 같다. 강아지들도 이런데 평생 지겹도록 아침저녁으로 봐야하는 부부사이는 오죽할까..
내면은 눈에 보이지 않고 외면은 세상 사람들 눈에 다 보인다. 이제부턴 외면도 등한시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