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얘길 나누는 부부들을 보면 부럽지만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랑한테 내 얘기를 (내 생각을 내 감정을) 많이 하는건 신랑한테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일상 얘기를 잘 못해서(일상 얘기가 얘기할 거리라고 생각을 못해서)이야기가 진지해지거나 심각해지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지거나 신랑이 내 얘기를 재미없어할까봐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때는 말을 안 하면 교류가 안되니 억지로라도(억지로 말하다가 나도 이야기 자체가 재밌어질 때도 있다)말하지만 부부간에는 어쨌든 몸의 교류도 있으니 실제 대화는 더더욱 생략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대화가 너무 없으니 근데 밤이 되면 또 몸의 교류는 하니 신랑이 우리 섹스 파트너 같다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세상 사는데 정답은 없는 것처럼, 부부 사이에도 정답은 없는거 아닌가 이런 방식의 부부도 우리가 찾은 우리만의 방식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참 모르겠는 거다. 부부간에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지,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인지, 이렇게 평생 살아도 되는건지, 잘 모르겠는 거다.
가장으로서 사느라 고군분투하는 신랑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가도, 마음 속으로는 미안한 감정으로 신랑을 대한다고 겉으로 보이는 신랑과의 관계가 더 다정해지고 하는건 잘 모르겠다.(조금 도움이야 되겠지만)
타인을 대할때는 웃음도 잘 나오고(의무적으로라도 자연스럽게)애교까지 부리고 그러는데 신랑한테는 그게 안되는거다. (애교 부린다고 하면 밤에는 좀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학교 가서는 그렇게 잘하면서 집에 와서는 짜증내는 것도 이해는 된다.
가족은 그런 존재인건가. 마음 속으로는 고맙다. 너희 때문에 산다. 하면서 절대 티가 안 나는거.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그런건가. 마음 속으로는 깊기 때문에 겉으로는 쿨하게 되는건가. 너무 웃으면(기쁘면) 눈물이 나고 너무 슬프면 오히려 (황당한) 너털웃음을 짓게 된다고 그게 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가족은 그런 존재인가. 사실은 깊은데 너무 무심한 존재. 아니면 나만 그런건지. 아니면 사실 정말 깊지도 않아서 무심하게 드러나는게 팩트인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