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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온 Sep 10. 2019

2018년 여름휴가를 다녀오며 쓴 편지

2018년 9월 2일에 보냄.

올해는 휴가를 못 가서 작년 기록 찾아보다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환승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서 추가로 숙박을 잡고 어쩌고 하느라... 너무 오래걸리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화요일 아침에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저는 이번 학기 대학원에 복학해서 화요일에 오자마자 수업을 들으러 가야합니다.

그래서 당사에는 수요일 오전에 들를게요! 그때 혜진님이 계시면 여성노동자회 영상 촬영을 하고 지윤님 혜연님하고 상의하면 될 듯 합니다. 그날도 2시부터 수업이 있어서 한 시쯤까지 있을 것 같아요. 개강하니 마음이 괜히 더 바빠지네요. 그래도 그날 시간 되시는 분들 점심 같이 먹어요!

이 곳 시간이 7시간 정도 늦기 때문에 늘 여러분이 하루를 먼저 시작하고, 바삐 보내고, 마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며 따라가는 느낌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쉬러 왔는데도 바보처럼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서 귀한 시간을 날리고서 휴가란 뭘까 후회하며 공항에 앉아있습니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아니면 저랑 제가 아는 몇몇 워커홀릭들) 참 쉴 줄 모른다, 쉬어본 놈이(?) 잘 쉰다고 다같이 쉬는 훈련이라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하고요. 작년엔 추석연휴가 참 길어서 한국 사람 대부분이 다같이 쉬어보는 특이한 경험을 했던 것 같은데(그 결과 그 시기 다들 조금 온화해진 느낌?) 올해는 혹독한 여름을 지나면서 다들 진을 빼고도 그럴 기회가 충분치는 않아보입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은 어떤 시기여도 지혜롭게, 현명하게, 지속가능하게, 회복력 만땅되게 잘 쉬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 길어졌어요.

그래도 자랑하자면... 핀란드에서 뜨거운 습식사우나 ->차가운 호수에 곧장 들어가기-> 시원한 바람쐬기(반복) & 스웨덴 숲에서 버섯 땄어요(북유럽인들의 평화로운 핫한 취미..) 하하하... 참고로 저는 한여름에도 찬물샤워를 하지 않으며, 목욕탕 내 냉탕을 극혐하는 사람인데 호수 사우나와 사랑에 빠졌어요. 새로 태어난 줄... 건물마다 사우나실 겸비하고 있는 핀란드 사람들 너무 행복해보입디다. 버섯 따기도 마찬가지인데, 이끼로 가득해 푹신푹신한 숲 속에서 땅바닥 보면서 버섯 찾아다니는 게 너무 좋더라구요... 버섯 발견하면 “여기 많다!”하고 기쁨의 환호성 지르고요.... 한국식으로 봄 되면 쑥캐러 산에 가볼까 싶었습니다.

아 그리고 스웨덴에서 저를 재워준 켈리 옌의 지난 세계녹색당 총회 연설을 공유하고 싶어요. 자기 연설 영상을 보지 못하는 켈리를 놀리느라고 영상을 틀었다가 내용을 다시 들어보니 새삼 와닿는 내용이어서요. 특히 “돌봄의 정치”를 얘기하는 부분.
https://youtu.be/KovGwT8WBkg
(연설문 번역된 내용은 여기서 http://www.kgreens.org/?p=17974)
켈리는 지난 10년 동안 아태녹색당과 세계녹색당 사무처장 일을 해오다가 올해 아기를 낳고 내년부터 육아휴직 겸 다른 일을 하려고 한대요. 그래서 후임 모집 공고를 냈는데 아마도 국제특위 진주님이 지원해보실 생각이 있는 듯 합니다.

켈리로부터 여러 나라 녹색당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그간의 성과들을 쌓아왔는지 들었어요. 무너지면 다시 쌓고, 부서지면 이어붙이고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헌신해온 정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여전히 갈등하고 있는 곳도 많지만요. 우리가 가야할 길도 못지 않게 험난하리라 생각됩니다만, 가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 계속해보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 사우나도 가고 버섯도 따고 나무에도 올라가고 멍도 때리면서 ... 건강히 서로를 돌보아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곧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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