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하 Jan 18. 2021

창업, 안전하게 도전하고 싶다면?


<창업하고 싶어 퇴사하고 싶지만>   

 

 창업은 하고 싶지만 실패는 두렵다. ‘어렵사리 퇴사해서 창업했는데 망하면 어쩌지? 과연 재기는 할 수 있을까?’ 들끓는 열정도 잠시, 불안한 마음이 모험심을 잠재운다. 사업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기사에 이내 마음이 서늘해진다. 창업과 안정성. 도대체 이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는 없는 것인가? 아주 제한적이긴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창업에 안전하게 도전한 혁신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20년 된 고물차가 최신형 스마트차로 변신>    

    

G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자동차에 IT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 제어 전문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다. G 회사의 대표적 제품은 디지털 차키이다. 디지털 차키를 구매하면 물리적 차키 없이 핸드폰만으로 문을 열고 닫고 시동을 걸 수 있다. 깜박하고 차키를 놓고 왔을 때 다시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차 키를 잃어버렸을 때 새로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디지털 차키가 문만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차량에 탑승하면 운전자를 인식해 알아서 반응한다. 차량 시트 위치 변경, 시트 열선 켜기, 창문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20년 된 낡은 고물차도 디지털 차키 하나면 당장 차가 스마트하게 변신하는 것이다. 또한 차키를 다른 사람들과 언제 어디서든 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이렇듯 우수한 기술력은 단기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G와 공동 대표들은 창업을 위해 4년 반을 준비했다. 그런데 창업 준비를 위해 회사를 퇴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에서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며 근무 시간에 창업을 준비했다. 이른바 ‘사내벤처’이다.                      




<사내벤처,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사내벤처란, 기업이 신사업 발굴을 위해 기업 내부에 독립된 팀 혹은 부서 형태를 설치하는 것으로 기업에 소속된 직원이 사내벤처 제도에 신청하면 퇴사를 하지 않고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게 되면 분사를 할 수도 있고 사업 성공률이 낮다 싶으면 모회사에 남을 수도 있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이 창업 직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요인은 인건비와 임대료이다.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압박은 점점 커진다. 또한 신생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사내벤처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월급을 주지 않고 받으면서, 쾌적한 사무공간을 무료로 쓰면서, 주위에 포진되어 있는 우수한 인력들과 함께 모기업의 자원과 인프라까지 활용할 수 있다. G 대표 역시 이러한 여건 속에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보고 수차례의 피버팅을 거치면서 보다 완성도 높고 정제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쯤에서 이런 반론이 제기될지 모르겠다. 안락한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나 기업가 정신, 도전정신이 부족한 사내벤처가 결국 모기업에서 독립했을 때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사업의 성패는 철저한 준비에 달려 있다. 무모하고 치기 어린 모험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준비와 검증된 도전이 성공률을 높인다. 무릇, 갓 싹을 틔운 새순에는 독한 거름을 주지 않는 법이다. 자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에서 쏟아지는 화학 비료를 버텨낼 싹은 어디에도 없다. 싹이 조금 자라고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을 때, 이때 주는 비료와 외부 자극은 약이 된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을 위한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사내벤처는 보다 확실하고 최적화된 인큐베이팅 환경을 제공한다.     


  물론 어려움도 따른다. 큰 조직 안에서 스타트업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 피드백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의사결정 속도도 일반 스타트업보다 느리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일의 양은 점점 더 늘어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의 방침에 따라 인원을 더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개별 회사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G 역시 사내벤처 선발 과정을 거친 초창기 멤버 3명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야근이 점점 늘고 스트레스가 가중되었다. 인원을 늘릴 수 없으니 새로운 일들을 추진해야 할 때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배워야 했다. 그래서 3명 모두 불가피하게 전공을 바꿨다. 기계 공학을 베이스로 자동차를 개발하던 이들이었는데 한 명은 전기전자 회로를 설계하고 한 명은 앱을 개발하게 됐으며 G는 비즈니스 경영과 영업 등 운영 전반의 모든 일을 도맡았다. 세 명 모두 자신 안의 새로운 능력을 끌어내고 내재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치열한 배움과 도전이 뒤따랐다.      


 자금 압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개발비든 운영비든 회사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는 것이 쉽지 않고 과정 자체도 오래 걸린다. 더 큰 문제는 사내벤처가 외부 자금을 끌어다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의 사내벤처 지원이 확대되고 있어 2019년부터 모기업이 사내벤처에 1억 원을 지원하면 정부도 1억 원을 매칭해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G 역시 모기업에서 1억 원을 지원받으면서 정부 지원까지 더해 총 2억을 받아 예산을 집행할 수 있었다.                     




<정글의 세계로 뛰어들기 전에>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 사내벤처. 물론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내벤처를 운영 중인 회사에 재직해야 하는 선제조건이 따른다. 


 만약 사내벤처를 활용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 이를 통해 나름 탄탄한 창업 준비 과정을 거쳤다면 그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당연히 분사이다. 하지만 분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돌다리는 한 번 더 두드려 봐야 한다. 분사 이후에는 완전히 독자 생존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철저히 객관화하는 과정이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E 사례에서 이미 강조한 바 있다.     


 G 역시 분사를 결심하기 전 주위의 지인들을 총동원해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했다. 외부 투자자, 여타 벤처기업, 기업 내 운영팀 등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 줄 사람들을 선별했다. 동시에 자신만의 정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평가자들 중 긍정적인 반응이 90% 이상이면 분사를 하되 60~70%에 머문다면 분사를 보류하고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정 검토 단계를 다시 거치기로 계획했다. 나름의 기준을 정립한 이후 실제로 제품이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첫 선을 보였다.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래. 이걸로 가자!’ 2019년 4월. G준비기간 5년을 거쳐 분사에 이르렀다.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업을 시도했지만 지난 5년, G와 공동창업자 모두에게 치열하지 않은 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리고 그 치열함의 끝에 다다르는 곳은 결국 정글의 세계이다. 창업에 뛰어들려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사실 이것이다. 대충, 안전하게, 안일하게 해서 맺을 수 있는 과실은 창업의 세계에서는 결코 없다.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은 단 한 가지, 더 철저 준비와 사업성 객관화에 있을 뿐이다. 사내벤처는 창업의 준비 기간을 늘리는 확실한 안전장치이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결국 내 몫이다. 스스로를 감동시킬 만큼의 노력이 수반될 때 결국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작가의 이전글 유명 유튜버 '신사임당'을 만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