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행복 놀이 선물
숲나무땅놀이터를 함께 하는 동네 엄마들과 어렸을 때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엄마들이 함께 모인 공동육아 모임.
대부분 가장 행복했던 추억은 사소했지만 부모님과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전 계곡에 갔던 게 기억나요. 계곡 바위 밑에 수박을 넣어 뒀다가 나중에 꺼내 먹으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갑던 게 제일 생생하게 생각나요.”
“아빠가 일 끝나고 나면 매일 공원에서 같이 공놀이 해 줬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바람 불어 추웠던 한강에서 라면 먹고 따뜻한 코코아 마셨던 것도요.”
“전 엄마 아빠랑 주말마다 산에 갔다 내려와서 먹었던 순두부가 기억나요. 여름이면 바닷가에 가서 텐트 치고 놀았는데, 한 번은 비가 하루 종일 쏟아져서 내내 바다를 쳐다보며 텐트에서 이야기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우리 아빠는 스키나 수영을 좋아하셨는데, 아빠가 잘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멋지고 자랑스러웠어요. 나도 잘하고 싶었고요.”
“아빠가 양복점을 30년 정도 하셨어요. 아빠 가게에서는 드르륵드르륵 돌아가는 미싱 소리와 라디오 음악소리가 늘 흘러나왔죠. 아주 어렸을 때 아빠 작업대 옆에서 함께 있었던 그 작은 공간에서의 느낌들을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져요.”
주말이면 하루라도 늦잠을 자고 싶어서 비비적대는 엄마를 칼 같이 깨우는 아이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힘든 몸을 일으켜 세워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시간이 아이가 커서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도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행복한 기억이 된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자.
지금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그 어떤 비싼 체험보다 아이에게 최고의 시간이다.
숲 나무 땅 놀이터
숲나무땅놀이터는 내곡동 엄마 아빠들과 함께하는 공동육아 모임이에요.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청계산에서 숲 놀이를, 목재문화진흥회에서 나무놀이를, 텃밭에서 땅 놀이를 함께하지요.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모임이지만, 2년을 지속하면서 느끼는 가장 좋은 점은 아이에게 동네 이모, 삼촌, 언니, 오빠, 동생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선정되어 다른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들도 가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