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역사로 말할 것 같으면 쓰는 데 일 년 반,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와 계약하고도 10개월 남짓...
(물론 일 년 반 동안 책만 쓴 것은 아니지만 구상과 고민을 그만큼 오래 했고, 각각의 글로 따지자면 책을 쓴 기간은 아이의 나이와도 비슷할 듯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갑자기 진행이 되려니 일사천리로 후루루루루룩룪ㄲ!!!! 하고 나왔습니다.
엄마되기의 어려움을 고백하는 글들이 한동안 폭발적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 글들의 계보를 잇되, 엄마되기의 어려움을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측면에서 조명하고 싶었어요. 오은영 박사로 대표되는 치유 문화, 발달을 자극하면서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라는 상반된 문화적 명령, 아이의 문제를 엄마 탓으로 돌리는 모성 이데올로기 등에 대해 주목해 보았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제가 들은 목소리들-'아이의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다 엄마 탓이다',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에 대해, 제가 그 목소리들에 어떻게 흔들리며 질문하고 밀쳐내고 협상해왔는지에 대해 증언하고 싶었어요. 지금 여기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것들을 거둬내는 일에 함께 머리를 맞대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 팔릴.....까...... 덜덜덜.......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육아는 본래 어려운 것이겠지만, 특히나 요즘 한국에서 육아는 더더욱 고난도의 과정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영유아기의 아이들까지 기어이 경쟁구도로 내몰며 ‘성공’과 ‘선두’를 닦달하게 만들고, 심리학을 기본으로 하는 치유문화의 대유행은 어린 시절에 그 어떤 상처나 흠결 하나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을 가중한다. 새로운 국민 육아 멘토로 떠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아ㆍ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은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미디어를 통해 각종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아이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과 어른의 마음에 자리하는 내면아이 및 자존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러한 치유문화적 해결책은 자녀를 둔 부모들뿐만 아니라 자녀가 없는 성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지며 개인이 겪는 모든 심리적 문제를 어린 시절 양육을 돌아봄으로써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고,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한 비난은 한결같이 엄마를 향해서만 쏟아진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명령과 치유문화의 유행, 그리고 여전한 모성 이데올로기는 엄마가 되는 순간 다음과 같은 명령의 목소리들로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의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다 엄마 탓이다’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임신 29주 만에 이른둥이 아이를 출산한 저자 이설기가 엄마를 향한 명령들에 지독하게 얽혀든 이야기다.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의 한복판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밀쳐내고 협상해온 꿋꿋한 한 여성의 이야기다."
-출판사 책 소개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