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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여곡쩔 May 02. 2024

좋아하는 음식은 단품입니다

​“주로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저는 단품을 좋아합니다.”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남편은 당시 나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누군가와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단품'으로 정의하는 사람을 본 적 없던 나는 그의 말을 쉽게 해석할 수 없어 당황했다.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국수, 카레 같이 딱 한 그릇으로 나오는 음식이요."


한 마디로 반찬 없이 한 그릇만 먹어도 충분한 음식이었다. 그 말의 맥락을 읽지 못한 나는 남편이 지나친 편식쟁이라는 사실 또한 그때 알아차리지 못했다. ‘단품을 좋아한다’를 바꿔 말하면 ‘반찬은 싫어해서 골고루 먹지 않는다’라는 사실과, ‘단품’이란 글자에 자신만의 방어적인 입맛 세계관이 숨어있다는 사실도.


그런 남편이 아플락 말락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찾는 소울푸드는 카레다. 카레를 먹으면 힘이 난다나 뭐라나.


사실 나에게 카레란 엄마가 한 솥 가득 끓여 놓고 지겹게 내놓았던 음식이었고, 그 속에서 늘 딱딱했던 당근과 신경전을 하느라 본연의 맛을 끝내 느끼지 못한 음식이었다.


나는 카레의 매력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단명하여 나를 과부로 만들기 전에 골고루 먹으라고 다 큰 남편을 수시로 닦달하는 일도 피곤한데, 남편의 입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저절로 넣어주는 음식이라니 얼마나 기특한가.


그의 단품 취향을 안 지도 7년이 흐른 지금, 나는 “저녁 뭐 먹지?”라는 남편의 물음에 “카레 어때?”라고 대답하는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습관처럼 오뚜기 카레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3분이면 충분하니 더할 나위 없다.


2024 오뚜기 푸드에세이 공모전에서 카레부문 장려상 수상을 하며 오뚜기몰 포인트 3만 원이라는 ‘글로소득’을 가져다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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