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완치, 오지 말라고 하니 서운해지는 마음
대장암 진단 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병원을 다니며 검사와 진료는 계속되고 있었다. 올해도 여지없이 그날이 다가왔고, 다른 때와 달리 유난히 그 모든 게 하기 싫었다. 어떻게 하면 검사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궁리해 봤지만, 어쩔 수 없이 내시경 검사 및 CT촬영과 채혈까지 모두 다 해야 했다.
병원에 가기 싫어 예약일 변경을 해버렸던 작은 행동이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 스스로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일정이 다시 잡히고 진료일 예약까지 마쳤다.
지난주, 고역스럽기만 한 내시경검사를 마쳤다. 비수면으로 진행되는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은 사실 검사시간은 아주 짧지만 당하는 자는 결코 짧지 않은 고통을 견뎌야 한다. 끝나고 나면 별거 아닌데, 내시경 전날 관장약을 복용하는 시간부터 내시경을 진행하는 동안은 결코 즐거운 시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주일 전부터 식단조절하며 관장약을 마시고 장을 깨끗이 비웠다. 웩웩거리며 위내시경을 하고 배가 터질 거 같은 팽만감을 느끼며 대장내시경을 마쳤다.
별일 없기를 바라며 외래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향하는데 출발하기 직전에 문자를 받았다. 교수님 진료가 90분 지연된다는 소식이다. 가야 하나? 조금 더 있다가 출발할까? 이왕에 나서려던 것이니 그냥 가자, 하면서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다시 문자를 받았다. 120분 지연소식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새 조금 더 늘어났다. 139분 지연이라니....
오후진료로 6시 30분 진료예약이었으나, 9시가 다 되어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중간에 직원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느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진료시간 대기는 언제나, 늘 불만스럽다. 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겠지만, 의사 선생님도 환자에게도 긴 대기시간은 좋을 리 없다.
아무튼,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고 직장수지검사를 하고, 지난주 내시경과 CT촬영 검사결과를 살피시더니 "이젠 니 알아서 해라" 하신다. 그동안 내가 관리해 줬는데 지금부터는 알아서 건강관리 잘하라며 이제 오지 말란다.
"네? 네? 오지 마요? 이제 안 와도 돼요?"
잘못 들을 줄 알았다. 5년이 지나도 완치라는 말은커녕 오지 말라는 소리도 없고 다음 진료일만 예약해 줬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 예약일을 생각하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안 와도 된다는 말이 아주 생소하게 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게 된 선물 같은 한마디. 니 알아서 하세요.
2016년에 대장암 진단받고 2025년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5년이면 완치라는데 저는 10년을 관리해 주셨네. 감사한 일인 건가? 아무튼, 이제 환자에서 벗어난 몸이 되었다.
2시간 기다려 2분 정도 만나고 받은 선물치고 꽤나 큰 선물이다. 다시 만나는 일은 없겠지. 병원에 가면 늘 언짢았던 기분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웃음이 났다. 늦은 시간 병원을 나서며 혼자 실실 웃었다. 아, 이제 안 와도 된대~~ 오지 말래~ 하하.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발걸음이 가볍다. 홀가분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