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까운 산에 올랐습니다. 화사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걸으면 시원하고 멈추면 쌀쌀함이 전해지는 바람을 느끼며 느긋하게 주변을 살피며 걸었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뿐이더니 삭막함 속으로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봄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른 가지에 연초록 새싹이 돋고 수줍은 진달래가 필까 말까 망설이듯 반쯤 피어나고 있는 모습에 미소 짓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봅니다. 다른 사람 말할 필요 없이 스스로를 돌아봐도 흐른 세월만큼 많이 변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30년 넘게 한 가지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저였기에 뭘 해도 꾸준히 하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긴 했지요. 어떤 일을 시작하면 끝내기까지 멈추지 않았고 마무리가 되어야 그 일을 끝내곤 했으니까요.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있었겠지만 사소하거나 그다지 공들이지 않아도 되는, 스쳐 지나가는 일 정도일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뭘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사람인 줄 알았고 평생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좋다던 글쓰기도 뜸하고, 읽기를 좋아했었나 싶게 책 읽기도 드문드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다른 곳에 관심을 갖는 저를 발견합니다. 쓰는 일이 힘들어진 탓인지 아니면 글쓰기보다 책 만드는 일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것에 관심이 생겨 마음을 빼앗길지도 모르지요. 일상 속 작은 계획이 주변환경으로 인해 실천하지 못하게 될 때, 굳게 다짐한 일마저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게 되었을 때, 늘 하던 일마저 시큰둥한 마음으로 놔 버릴 때는 꾸준함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됩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포기하지 않았던 지난 시절과 비교하면 시들해진 의지 탓이겠지요. 살면서 어쩌면 당연한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요즘 들어 문득 스스로 변해가는 자신을 만나곤 합니다.
하긴, 시시때때로 변하는 현실에 사람도 변해가는 것이 맞겠지요, 또 변해야 하고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무덤덤하게 보냈고 새해를 맞이하면서도 특별한 계획도, 희망을 품는 마음도 없이 그저 그렇게 맞이했는데 벌써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쁜 몸을 대신해 마음이라도 분주하게 보냈을 텐데, 봄이 와도 이 무덤덤함은 무엇인지. 그저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흐른다는 것만 확인할 뿐입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가 시들시들하다 말다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스스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환경에 적응하며 사람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찾습니다. 주변환경 탓인지 끈기가 사라진 것인지 변한 내 모습을 보며 모든 일에 단정 지어 말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합니다. 살면서 변하나 봅니다, 꾸준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