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달은 밝고
겨울바람도 하릴없이
떠도는 이 한 밤
모퉁이 어느 집 창문을
두드린다
주인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한 해 농사짖던
비료푸대로 바람을
막아놓았다
누군가 아는체를 한 대도
겨울바람보다 덜 반갑지는 않더라도
아무런 기척도 없다
내년 봄까지는
일없이 햇볕을 들이는 일도
아는체하는 이를 들이는 일도
미루어 두려나보다
바람또한 미련없이
다른 집 창문을 드두리러
다녀가마는 말도 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나마 달이 밝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심한 달빛만 그윽할 뿐이다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