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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연 Dec 16. 2019

2019년의 끝자락 그리고 이직.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애써주시는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하기

이상하게 브런치에 쓰는 글은 단순히 내가 느끼고 겪은 마음보다 조금은 더 공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라 더 좋은 글을 작성해야지 하는 마음에 몇 번 문만 두드리고 발행을 하지 못하고 다시 멀리 하지 않았나 싶다. 내 두 번째 삶의 문이 열린 이 곳에서 근 1년간 겪은 생각을 한 번쯤은 정리해보고 싶은 맘에 이 오픈된 공간에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마치 엄마가 보는 것을 알면서도 일기를 쓰는 기분이라 묘하지만
이제 그러한 기분보다는 또 다른 마음을 배울 수 있으니 적어봐야지.


# 조직 문화, 정의된 것이 아닌데 별 것이 있을까?

집보다 오래 머물고, 가족보다 더 많이 보는 팀 동료들.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조직문화에 대해서 한창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고, 경험은 부족하지만 새로운 곳에 오면서 어떤 게 좋은 문화일까 라는 것에 대해서 또 다릉 시선을 가지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 조직원들의 수고로움을 알고 그것을 표현해주는 리더가 과연 흔할까?

어떠한 기능을 만드는 데 있어 단순히 결과물만을 보고 성공했다 혹은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결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결과에 있어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모를 수 도 있을 것 같다. 그 앎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일으키는지를.


하나의 기능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서 많은 동료들이 사용자에게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그 고민에 대해 달콤한 결과를 얻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씁쓸한 결과 앞에서 그것을 잘못했다 라고 담당자를 책하고 탓하기보다 우선 이것을 사용자가 불편함을 겪지 않게 빨리 해결하고 이다음에 이러한 실수가 안 나올 수 있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로 하나씩 풀어간다. 


또한 수고했음을 보다 진심으로 인정해주고 좋은 결과를 얻은 부분에 대해서는 잘했다, 수고했다 이 한마디와 사내에 프로젝트 진행한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해주시는데 이러한 공유만으로도 내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 보다 더 책임감이 커지고 애정이 커졌다.


올해 6월 모바일 웹 오픈하고 나서 #General에 올라온 테크 리더의 긴~ 메시지 (아래도 더 있지만...)


2. 누군가의 행복한 표정과 힘든 표정을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부쩍 웃음이 많아진 또는 힘듬이 가득해진 동료에게 무슨 행복함이 또 슬픔이 가득한지 혹여나 그 행복과 슬픔에 회사에 있던 일이 그 감정에 힘듬을 더 가중시키지는 않는지, 나 혼자만 모르고 내 주변 사람은 모두 알던, 내 힘든 순간을 지켜봐 주는 이가 있고 그 시간은 누구보다 세심히 여겨주고 또 물어봐주는.


그 마음이 부담스러울까 한마디조차도 배려해주는 이들의 마음과 눈빛이 나의 마음가짐을 어떠한 따스한 방향으로 가게 이끌어주는지. 그런 소소함 마저도 편안함으로 풀고자 하는 모습에서 새삼 이 세상이 따뜻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내 작은 조직의 리더도, 그 조직을 모으는 리더도. 항상 내가 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선물해주시는 산타 같다. 가끔 찾아오는 소통의 시간은 우리가 고민하는 부분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해주는 모습에 또 다른 나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하게 되는 마법의 묘약 같다. 물론 매 순간마다 우리를 아껴주는 챙겨주는 눈빛과 이야기가 가득한 그녀와 그로 인해 더 잘해야지 라는 마음을 안고 가게 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이해하는 모습에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라는 마음을 선물 받는 것 같다.



3. 잘했으면 잘했다. 못하면 아쉽다. 보다 단호한 평가

우리 팀은 매주 월요일 그리고 매달 1회. 우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다 큰 만족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 있어 본인이 노력한 부분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시간과 자신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느낀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월요일 오후만큼은 보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때론 내 부족함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함께 내 동료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해지는데 나에겐 그 시간 참 소중하다. 

그리고 매달 한 달에 한번 가지는 UX 워크숍 시간엔 한 달 동안의 '디자이너'로써의 나 자신과 '박세연' 으로써 나 자신 그리고 '데일리호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의 나 자신에 대해서 내가 평가하고 동료가 평가하며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피드백 시간에 서로에 대해서 그저 달콤한 이야기만 가득하다면 그 순간을 풍족하게 할 뿐. 

길게 봤을 때 아쉬움만 가득한 순간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물론 어느 회사든 프로세스에 있어 100% 만족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서로 이해하고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가득한 곳이라면,  물론 생각만 하고 있지 않고 행동하는 팀원들이 있기에 보다 내일을 기대하고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보다 밝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4. 서로의 존재로 인해 서로가 빛나는 유관부서

서비스의 품질향상을 위해 누구보다 애쓰시는 QA팀
보다 나은 서비스 경험을 위해 그 구축에 힘쓰시는 PM과  수많은 개발자들

그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있어 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 애써주시는 데이터 팀

우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만날 수 있게 노력해주시는 마케팅팀

사용자뿐만 아닌 법적인 이슈로 인해 서비스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을 막아주시는 보안/법률팀

고객과 서비스 사이에서 조화로움 과 따뜻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는 CS팀 

(데일리호텔에선 컨시어지팀이라고 불립니다.) 

어디까지나 적은 조직은 주요 협업 조직일 뿐 이 외에도 많은 도움을 주신 조직이 많습니다!


UX팀 특성상 서비스 구축에 있어 보다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유관부서의 동료들을 귀찮게 해 드릴 때가 많다. 이러한 과정은 또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면 누군가의 시간을 뺐는다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우리 조직은 이러한 과정을 모두 이해해주시고 기대보다 더 깊은 생각과 많은 의견들을 주심에 감사할 때가 많다. 이 모습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보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팀만 잘한다고 해서 잘 되지 않는다. 이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모두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쓸데없는 부연 묘사들이 가득해서 조금 내 어깨가 움츠려들 수 있지만

그러한 단어와 문장들마저도 내게 따뜻하게 다가온다면 진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2020년을 맞이하는,  새로운 곳에서의 1년.

처음 이 서비스를 만들 때는 남의 자식 같아 함부로 손을 대기도 조심스러웠던 내가 지금은 얼마나 이 서비스를 아끼고 애정 하는지를 이전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 같다. 한 서비스를 시작하고 그 서비스를 2년 이상 함께 키워나갈 때 서비스가 내 자식 같은 마음이 커지곤 한다. 볼수록 예쁘고, 아쉽고, 애틋하고, 아쉬운 부분 더 잘해주고 싶고.


이전 회사에서의 나는 기획부터 모두 다 내 손으로 만든 서비스를 첫 배포하였을 때 심장이 떨려 집에서 계속 새로고침만 해보기도 하고, 구글 피쳐드에 올라가면 혼자 집에서 이불을 방방 차기도 하고, 앱 내 순위가 1위가 되었을 때 너무 신이 나서 여기저기 자랑하기 바빴기도 했었고, 나의 숙원사업이던 기능과 디자인이 배포될 땐 혼자 그 화면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저 바라보기만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함께 만든 그 아이를 통해 얻은 행복한 마음이 지나온 나뿐만이 아닌

그 서비스를 앞으로 키워나갈 많은 사람들이 이 감정을 또 느껴야 우리의 그 예쁜 아이가 더 예쁘고 멋지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늘 조용히 바라보며 응원하고 있다.

나의 20대를 함께 한 나의 친구도,

나의 30대를 함께 시작 한 지금 내 친구도 모두 많이 사랑받고  멋지게 성장하길 기도해본다.



# DAILYHOTEL UX Team

2019년 12월의 행복한 우리 UX팀 (전현지, 박세연, 김나현)


2019년, 한 해동안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누구보다 많은 대화를 나눈 우리 팀.

비슷한 연차, 또래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 가는 같은 직군의 여성 디자이너 셋.

이 같은 비슷한 점과는 달리 너무 다른 성향과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늘 서로를 배려해주는 것이 몸에 베인 두 분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업무를 할 때만큼은 칼 같은 동료이지만, 때론 동료가 아닌 친구로서 서로의 사적인 슬픔과 기쁨도 진심으로 토닥여주고, 제 부족한 모습도 늘 응원해주시고 챙겨주시는 두 분이기에 내 첫 이직으로 생겼던 불안함과 걱정이 새로운 기대와 설렘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서로의 능력이 보다 빛날 수 있게 뜨거운 피드백과 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해주는 두 분이이여서 아침에 눈뜨고 출근하는 길이 늘 설렌다.


2020년은 또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또 어떠한 이야기를 적어나갈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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