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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섭 Feb 13. 2018

여행, 그 최고의 순간

Travel to Copenhager & Stockholm

여행을 다녀왔다.

우습지만 이미 여행 중인데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도 이제는 베를린이 내가 사는 곳이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 지난 일주일간 어디를 걸어가든 무엇을 타든 항상 가슴 졸이며 이게 맞는 길인가, 방향인가를 고민했었는데, 스마트폰 한번 쳐다보지 않고 걸어가는 내 모습을 보면 이 곳이 어느새 내 거처가 된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왜 항상 여행의 마지막,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리도 익숙한 것일까. 그리고 그 걸음걸이에는 항상 아쉬움과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함께 하는 것일까.

 여행의 끝에 관한 얘기는 조금 더 나중에 하고 오늘은 지난 일주일간 "여행 안의 여행" 중에 있었던 최고의 순간을 얘기해보려고 한다.뒤돌아 보니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바로 그 순간.


이번 여행은 버스를 이용했다. 숙소비도 아낄 수 있고, 티켓값이 싼 밤에 출발, 아침에 도착하는 야간 버스.

엄청 힘들다.

 힘든 얘기를 나열해 보자면 당연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을뿐더러, 건조하고 답답한 공기, 그리고 주위에 누가 앉느냐가 또 하나의 관건. 두 번의 버스(베를린 - 코펜하겐 - 스톡홀름)를 이용하는 동안 특이하게도 출입국 심사를 할 때마다 이탈자가 발생하였고, 본래 여행 계획보다 1시간 이상씩의 추가 정차까지 덤으로...(*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여. 여행에는 꼭 여권과 왕복 비행기 티켓을 소지하소서!)

 anyway... 내 최고의 순간은 이 버스 안에서 왔다. 어이없게도.
 코펜하겐으로 향하는 여행 출발 당일날 새벽부터 나는 심하게 감기 증상이 왔고, 설상가상 옆에서는 3-4분마다 기침을 해대고 있었고, 앞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크게 하는지 아무리 눈을 감아도 금방 자다깨기를 반복하면서 너무 힘들게 가던 그 순간 창밖을 보았는데...

 온통 어두운 사방. 하지만 그 가운데 보이는 나무들의 실루엣.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수많은 별들.

잠깐 생각과 감각이 멈춘 느낌이랄까. 내가 가진 스마트폰으로 사진이 안 나올 것도 알았고, 시도조차도 안 했다. 굳이 보였던 색을 말하자면... 검은색과 별빛.

가장 짙은 검정은 땅과 나무들. 그 주위에 펼쳐진 조금은 옅은 검은 공기. 그라데이션으로 펼쳐지는 검은 하늘. 그리고 그 사이 수많은 별들.

 사실 그 광경을 본 시간은 매우 짧았다. 자다 깨어 그 광경을 보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여행 중에 카페에서 쉴 때에도, 그리고 베를린에 돌아와서도 그 광경을 내 손으로 그려보고 싶어서 공책과 종이 들위에 수없이 끄적여 보았지만, 그때 내가 보았던 광경은 도저히 표현되지 않음에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다.(그림을 공부를 해야하나, 좋은 카메라를 사야하나...)

 이유는 모르겠다. 왜 그 광경이 이토록 마음에 새겨졌는지...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은 덴마크와 스웨덴을 다녀오면서도 나는 그 검은색만이 펼쳐진 그 광경이 계속해서 떠오르는지.

   아마도 나는 그때 아팠고 힘들었으며 약기운인지 잠기운지 분간도 안될 정도로 비몽사몽 정신이 없었지만, 분명 누군가가 생각났기 때문일 거다. 그 광경을 보면서 정말 순간적으로 누군가가 생각이 났기 때문일 거다.



커버사진 : copyright by Soom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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