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또 왔다. 얻어먹는 처지에 선택권이란 없고, 그저 없어 못 먹는 것이고, 감사할 뿐이다. 연달아 같은 집서 두 끼도 먹는데 일주일 만이면 정말 오랜만이다. 저번엔 생선가게에 와놓고 솥밥만 덩그러니 찍었는데 이번엔 생선도 찍었다. 동그란 팬을 삐져나올 정도로 기다란 갈치가 제공되는 곳이란 점도 부각되도록 멋지게 찍었다. 어른 앞에서 밥 먹기 전에 용감하게. MZ답게.
자 먹어볼까? 아니다. 인사부터.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드시지요. 근데 듣자 하니 고기를 안 드신다고? 아니요. 뜻이 있어 그런다기보다 쓸개가 없... 제가 좀 아팠습니다. 아이구 저런. 이거 그럼 소화 잘 되는 곳을 갔어야.., 아닙니다. 생선 좋습니다. 잘 먹습니다.
비즈니스 얘기가 한참 오가다 밥그릇과 앞접시를 힐끔 보시더니 에구 하나도 못 드셨네. 이거 다른 걸 좀 시켜드릴까? 아니 제가 원체 먹는 속도가 느린 데다 말도 많아서 그만(저에게 많이 묻기도 하셨고요) 하하. 군대에서도 제일 처음 먹은 욕이 음미하냐 xx야였지 뭡니까 하하하.
발라내자. 생선 머리 손에 꼭 쥐고 볼살과 눈알을 후벼내자. 갈치는 특별히 모서리 가시들을 큼직하게 덜어내지 말고 덜어낸 부분을 입에 넣고 가시만 뱉어내는 신공을 보여주자. 아저씨 등뼈 다시 주세요. 거기 아직 뭐 붙어있구먼. 손 닦으라는 건지 그만하시라는 뜻인지 등뼈 대신 물티슈가 슥 날아온다. 아 넵. 여기까지. 잘 먹었습니다. 우리 첫 만남 조금 어색했나요?
소개팅 첫 만남에 노량진 수산시장 가서 대게 껍데기를 깠다던 친구가 그립다. 결혼해서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