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민낯이 드러난다.
지난달부터 글을 열심히 썼습니다. 취업도 다시 했겠다, 이제 남은 건 졸업논문뿐이고. 시간은 남으니, 옛날에 쓰다가 던져두었던 몽골 여행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무려 만 2년 전에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그때 해두었던 기록과 찍어두었던 사진들이 있으니, 기록을 발판 삼아 기억을 더듬어 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열심히 써서 그런지 브런치는 제 글을 가만 두지 않더군요. 열심히 다음 메인에, 브런치 메인에 걸어주었습니다.
감사했지요. 부족한 제 글을 이렇게까지 대우를 해주시다니. 알고리즘이 한 것인지, 브런치의 편집자분이 해주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거의 예닐곱 편이 그 혜택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지난달엔 약 4만 명, 이번 달에만 약 5만 명 이상이 제 글을 봤습니다. 그러나 독자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저는 더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합니다. 글로 먹고사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따로 공부를 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요. 그저 스스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에 끊임없이 글을 씁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굉장히 낯설고 두렵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보고 가주면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평가나 비판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럴만한 글도 아니고 그러한 목적도 아닙니다. 그러나 제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제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가 제 글을 그렇게 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상황과 환경이 어떠한 의무와 책임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5만 명이 유입된 글은 절대 가벼울 수 없습니다. 절대 누군가의 일기장으로 끝날 수 없습니다. 그만큼의 영향력이 생기고 힘이 실립니다. 그렇기에 저는 글을 쓰지 못하지만, 글을 잘 써야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몽골 여행기는 부랴부랴 글을 마치고 브런치 북으로 전환을 시켰습니다. 브런치 북은 통계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몽골 여행기의 완독률은 0%. 16년도에 썼던 우리 취준 앞에 잃지 말아요의 완독률에 감히 비할 수준이 안 됩니다.
기로에 서 있습니다. 여전히 가벼운 글일 수 있을지. 아니면 조금 더 무겁게 글을 써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