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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록 Feb 08. 2022

양치질과 가난의 상관관계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양치질과 가난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고 싶다. 양치질과 가난에 대한 인과관계는 물론 없겠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설은 가난한 사람일수록 양치질을 적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너무 자의적이고 엉성하다. 내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 난 양치질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껏 데이터 과학으로 석사까지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긴 하다.


 내가 양치질을 부지런히 하기 시작한 시기는 회사 생활을 시작할 무렵인 2016~2017년도 즈음이다. 나이로는 얼추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던 시기다. 그전에는 양치질을 그리 자주 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양치질을 싫어하겠지만 의외로 나는 양치질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했다. 치과 선생님이 양치질을 '잘' 한다고 칭찬할 정도로 '잘' 했다. 자주 한 게 아니라, 그냥 양치질이라는 행위 자체를 잘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코 자주 하지는 않았다. 나에게 양치질은 일어나서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이었다. 그랬던 까닭은 집에서 양치질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그게 전부다. 지금은 무엇을 먹으면 바로바로 양치질을 하고, 심지어 너무 양치질을 많이 해서 잇몸이나 치아에 무리가 갈까 봐 가글로 대체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면 나는 가난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 그리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를 해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먹을 게 필요하고, 당장 입을 게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가시적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어김없이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나서 가난한 자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손 씻기와 양치질, 운동 같은 것이다.


 양치질, 손 씻기, 운동 같은 것들은 꾸준히 오랜 기간을 쌓아 나가는 것들이다. 그러나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당장 내가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손을 씻지 않는다고 해서 죽을병에 걸리거나,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충치가 생기거나,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허리 디스크가 생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주 큰 문제가 된다. 양치질을 잘하지 않은 채로 오래 살게 되면 분명 치과를 가서 큰돈을 쓰게 된다. 손 씻는 것도 언젠가는 병에 걸리거나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무릎 관절이 안 좋아지거나, 허리가 나가거나, 체력이 떨어진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은 보통 지수함수처럼 먼 미래에는 아주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나는 가난과 양치질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손 씻는 것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 국가가 나서서 그런 것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가정 내에서도 배울 수가 없었다. 부모님도 배우지 않고 살아오셨기 때문이다. 양치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20대 중반이 지나기 전에는 손 씻는 것이나 양치질 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들을 많이 생략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조금 심할 정도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하는 통에 자제를 할 정도지만 말이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말이 있다. 가난해서 차마 챙기지 못하는 것들이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 큰 지출이 되어 다가온다는 뜻이다. 당장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치과에서 수십만 원을 쓰게 되고, 당장 손을 씻지 않아서 병원에서 큰돈을 내야 하고, 당장 운동을 하지 않아서 치료를 받는데 큰돈을 내야 하는 것처럼.


 티브이를 보면 연예인 부모와 그 자녀들이 종종 나온다. 거기에 나온 가정들은 손 씻는 것과 양치질을 아주 부지런히 잘한다. 그게 단지 보이는 것인지,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일반인들보다는 꽤나 부유하고, 그 부를 통해 의식주의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사소한 것들을 미리미리 챙김으로써 자신들의 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내 가설이 맞다면.


 양치질과 가난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면, 그다음은 취침 시간과 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고 싶다. 이상하게 성공한 사람들은 죄다 빨리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더라. 그리고 보통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더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맞다. 그러나 나는 일반화를 하려는 게 아닌, 상관관계를 보고자 함이다.


 나는 이제 12시 전에 자고 7시에 일어난다. 7시에 일어나 30분간 요가를 하고, 퇴근을 하고 와서는 홈트를 한다. 양치질은 하루 다섯 번쯤 하고, 중간중간 가글을 세 번쯤 하며, 손은 대략 7~10번쯤 씻는 것 같다. 부자가 되려고 그러는 건 아니다. 적어도 더 가난해지기 싫어서이다. 그게 관련이 있는지는 검증된 적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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