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loe Nov 23. 2022

Deadpool and his jokes

데드풀이 수다 떠는 법

영화 [데드풀]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슈퍼히어로 영화사상 가장 수다스러운 캐릭터일 것이다. 거리의 해결사 웨이드로 살던 시절부터 온갖 농담을 쉴 새 없이 떠들던 그는 생체 실험의 결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이후에는 원수가 된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에 대한 분노와 만날 수 없게 된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에 대한 애틋한 마음까지 더해 더욱 미친 듯이 떠든다. 화려한 액션 이상으로 입을 바라보게 하는 이 희한한 슈퍼히어로가 유머와 사랑을 표현하는 법, 그리고 자신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정리했다.



제4의 벽(The Fourth Wall)

제4의 벽은 배우와 관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다. 연극이라면 무대와 관객 사이, 영화관이라면 스크린이 제4의 벽 역할을 하고, 이 벽으로 인해 작품 속 인물들은 관객의 존재를 모른다. 작품 안의 세상이 그들에게는 실제 세상인 것이다. 그러나 데드풀은 원작 코믹스부터 자신이 작품 속 캐릭터라는 것을 인지한다. 이를테면 뮤턴트 집단 엑스맨의 일원 콜로서스(스테판 카파식)가 리더 자비에 교수를 언급하자 “Which one, McAvoy or Stewart?”라며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자비에 교수로 캐스팅된 두 배우를 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도와줄 엑스맨이 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서는 “Funny I only ever see the two of you. It’s like the studio can’t afford another X-Man”이라며 [데드풀]의 제작비 문제를 거론한다. 또한 관객에게 말을 걸다 콜로서스가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I'm not talking to you, I'm talkiing to them!!”라며 관객의 존재를 암시한다. 덕분에 [데드풀]은 주인공이 아무리 위기에 처해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주인공 스스로 속편에 대해 언급하는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나. 



대중문화는 농담의 원천

데드풀은 ‘제4의 벽’의 존재를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데드풀을 연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또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 [그린랜턴]에 출연했고, [그린랜턴]이 망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데드풀이 그린랜턴의 코스튬이 녹색인 것을 떠올리며 “Please don’t make the super-suit green!”이라고 말하거나 “Do you think Ryan Reynolds got his career from his superior acting method? No, looks are EVERYTHING!”이라며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장면이 가능한 이유다. 데드풀의 대중문화에 대한 지식은 그가 자신의 세계 바깥에도 수많은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그는 쉴 새 없이 대중문화에 대해 떠드는데, 콜로서스가 데드풀에게 수갑을 채워 질질 끌고 갈 때 “You ever see 127 hours?” 라며 관객에게 영화 [127 시간]에 대해 언급한 뒤 “Spoiler alert!”를 외치며 [127 시간]과 연관된 행동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연인 바네사에게 한 번 더 반했던 시점도 그가 “Yoda- piggybacking on Luke”라며 [스타워즈]에 관한 조크를 했을 때다. 그리고 그는 바네사에게 영화 [Weired Science]의 대사, “It’s like I made you in a computer”를 인용하며 완벽한 이상형이라 말한다.



데드풀의 고백

언제나 입에 농담을 달고 사는 데드풀은 머리에 칼이 꽂혀도 여자친구에게 하트를 보내며 “Your crazy matches my crazy. we were like two jigsaw pieces, and we have curvy edges”라고 말한다. 자신의 잘린 손에서 다시 자라는 작은 손을 보며 “I bet it feels huge in this hand” 같은 19금 농담을 하는 인간이니 좀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는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데드풀]은 결국 ‘사랑이야기’다. 데드풀은 모든 것이 가볍고 농담 같지만, 정말로 마음을 고백해야 하는 순간만큼은 알고 있다. 바네사에게 영화 [노팅 힐]의 안나(줄리아 로버츠)가 “I'm also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라고 했던 고백을 “I''m just a boy, standing in front of a girl, tell her what the fuck I''m. Gonna tell her??”로 바꿔서 말하는 장면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의 캐릭터와 연인에 대한 진심이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캐나다 태생의 키덜트

데드풀은 숙적 에이잭스를 기다리며 난간에 앉아 유치원생이 한 것 같은, 크레파스로 삐뚤빼뚤하게 그린 그림을 몽타주처럼 사용한다. 또한 적들을 달랑 12발 장전된 총 한 자루로 해치우겠다고 하다 총알이 엇나가자 “Bad Deadpool”이라며 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한 발로 여럿을 해치우자 다시 “Good Deadpool”이라 외친다. 또한 바네사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는 바네사가 먼저 “Will you… Um stick into…” 하고 말을 꺼내자 “Marry Me?”라고 이어 말하곤 “Jinx(찌찌뽕)”이라 한다. 게다가 그 뒤에 꺼내 든 반지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가짜 보석반지. 그만큼 그의 어휘는 어린이 같은 요소가 많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 빵꾸똥꾸야!”라는 말쯤 될 “You little spider monkey!” 같은 표현까지 쓸 정도. 그만큼 어느 순간에나 심각해지지 않고, 덕분에 영화 내내 어떤 상황에서도 수다 떠는 것을 잊지 않는다. 에이잭스가 실험실에서 위협을 가할 때도 “You have something in your teeth”라며 장난을 치고, 몸이 아플 때도 “Ohhhhhh…. Canada~”라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캐나다 국가 ‘O Canada’로 연결시켜 버린다. 공교롭게도 데드풀과 그를 연기하는 라이언 레이놀즈는 모두 캐나다 출신이다.



슈퍼도 아니고 히어로도 아니지만 

웨이드가 데드풀이 되기 전, 그가 걸린 암 치료를 조건으로 생체실험을 제안하는 리쿠르터는 “What if I told you we can make you better? You're a fighter. We can give you abilities most men only dream of”라며 달콤한 제안을 한다. 그러나 데드풀은 ‘대부분의 사람이 꿈꾸는 능력(most man's dream)’에 관심이 없다. 그는 “Just promise me you will do right by me, so I can do right by someone else”라 답할 뿐이다. 나를 낫게 하면 내가 다른 이에게 나은 사람이 되리라고. 그가 선악을 나누는 기준은 ‘나도 나쁘지만 더 나쁜 놈을 혼내주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슈퍼’를 붙일 만큼 뛰어나려 하지도 않았고(“I'm not super”), 영웅도 아니지만(“I'm not a hero”) 누군가 가장 소중한 여자를 위협하면, 히어로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I didn't ask to be super, and I'm no hero. But when you find out your worst enemy is after your best gir,, the time has come to be a fucking super hero.”) 진지하지도 않고, 아이처럼 유치하며, 계속 야한 농담만 늘어놓지만 데드풀이 슈퍼히어로일 수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본 칼럼은 2016.02.25 ize magazine에도 실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Manners maketh m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