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es Hur Jul 07. 2024

회복탄력성 두 번째 - Live in the momen

2022년 이후 미국의 직업 시장은 급격히 변했다.  지난 2년간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어지며 수요가 높은 고연봉 엔지니어들조차 구직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잡 오프닝은 꽤 좁은 분야에만 몰려 있었고, 그나마도 적은 편이었다.  이전보다 구직 기간도 훨씬 길어졌다.  내 직장 동료들과 타사의 지인들 중에도 정리해고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꽤 많았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한 동료는 구직에 1년이 걸렸다.  예전 같았으면 한 달도 안걸렸을 일이다.  2015년 졸업 후 인더스트리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크고 긴 대량 해고의 물결은 처음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시기이거나 그 후에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랑하고 존경하던 동료들이 많이 떠나갔다.


오늘은 그 중 한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는 회사에서 함께 인공지능 기술과 트렌드를 토론하던 Applied Scientist이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듯 보였고, 나를 챙겨주는 형 같은 모습이 있었다.  2023년 경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생각만큼 구직이 잘 되지 않아 꽤 오랜 시간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좋은 조건으로 멋지게 구직에 성공했고.  예전보다 2단계 높은 직급에 연봉도 거의 2배로 올랐다.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동료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므로 많이 바쁠 것이다. 하지만, 토론하면서 그의 높은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느껴왔고 실적도 좋았기에 걱정되지 않는 사람이다.  이전 회사에서는 그의 지식과 경험에 비해 주어진 역할이 작은 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때 회사를 떠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구직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지만 그는 조바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시기에 그를 꽤 오랬동안 지켜봤다.  그의 분위기에서  '아~ 곧 오퍼를 받으려나?  혹은 좋은 오퍼를 두고 저울질 중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다른 회사에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 지인에게 추천도 하고, 좋은 기회가 보이면 그를 추천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슈과 질문에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의 속마음을 듣게 되었다.  언젠가 그가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저축이 XX가 있으니, 앞으로 이곳에서 XX년간은 일 없이도 계속 지낼 수 있어. 나 한달에 $3000불도 안쓰잖아."  엘에이에서 $3000불도 안쓰고 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일단 1 bed 1 bath 집 렌트비가 이미 $3000불을 넘기 쉽다.  그는 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 거의 모든 비용을 아끼며 자유롭고 안정된 상황을 만들었다.  이 길었던 구직기간 동안 그는 상당히 (오히려 나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요즘 스포츠 영상을 자동 분석하는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정말 흥미롭지 않니? 들어봐~" 이러면서, 본인이 진정 사랑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본인의 전문성을 결합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진행했다.  "최근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더라고. 그래서 출연해보기로 했어." 어쩌면 스트레스에 눌리고 하루하루 이겨내는 마음으로 살 수도 있는 이 시간에 그는 오히려 자유롭게 유영하고 탐험하고 있었다.


어느날 함께 운동하고 나서 동네를 산책하다가, 예전에 그가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하고 3년간 개고생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는 한달에 $2000불로 살았다고 한다.  한 집에 창업자들이 모여 살면서 렌트비와 식비를 아끼던 시기였다.  그때는 학교를 마친 직후라 저축해둔 돈도 매우 적었을 것이다. 그 어렵고 불확실한 시기에도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는 경험을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껌인가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의 끊임없는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한마디 했다. "너 정말 resillient한 것 같애.  우리 분야 사람들을 내가 꽤 많이 아는데, 너처럼 resillient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비결이 뭐야? Tell me the secret."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For us, the worst case scenario is not really bad.  Just live in the moment."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우리는 최악의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잖아.  뭘 걱정해. 그냥 현재를 즐기고 감사하며 살아도 돼.' 이런 의미이다.

"Live in the moment"라는 말은 참 흔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지 얼마나 자주 되돌아 보는가?  생각해보니, 나는 언젠가부터 마치 습관처럼 현재 상황에 100%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운전하면서 딴 생각, 가족과 이야기하다가 딴 생각, 책 읽다가 딴 생각, 오디오북을 듣다가 딴 생각, 심지어 유튜브를 보다가도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순간에 그러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일단 깨닫기는 했다.  그 후로 자주 신경쓰며 그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다행히도 그 효과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순간을 살면서 그동안 놓쳤던 아름다움, 행복, 기쁨, 의미, 가치가 느껴지곤 한다. '이렇게 나도 1cm 더 resillient 해지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