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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Jun 29. 2020

주어진 것에 감사를 하며,

Thanksgiving day

시골 출신인 난, 가을이 끝나갈 무렵일 때쯤 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해 먹는 추수 감사절 비슷한 것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다른 명칭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시절에 진수성찬을 접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그런 날은 나에게도 특별했다. 한 번은 술에 호기심이 생겨, 어른들이 먹고 남은 소주잔의 방울들을 모아 한 모금 하고 바로 필름이 끊겼던 기억도 있는데, 그 기억으로 나에게 술은 맛없는 것으로 낙인찍혀 내 눈 밖에 났다. 다행히 아버지한테 크게 혼나지는 않았었는데, 평소의 아버지 성격이었다면.. 지금도 아찔하다. 


캐나다는 추수 감사절이 되면 칠면조를 비롯한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 먹고 파티를 연다. 그런 지식만 가지고 있는 상태로 난 여느 때와 같이 마을에서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도착해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주방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음식을 분주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집에는 분명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 의아해했지만, 옆에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던 마틴이 입을 열었다. 본인 엄마인데 추수 감사절이라 자식 보러 왔다는 것이다. 마틴은 몬트리올 쪽 출신으로서 주 언어는 프랑스 어지만, 영어 실력도 뛰어나고, 운동 실력도 수준급이며, 외모도 준수한 음.. 그냥 잘난(?) 녀석이다. 마틴의 어머니랑 바로 인사를 나누고 내 소개를 간단히 했다. 여느 어머님들과 같이 나를 반갑게 대해 주시니, 집에 있는 엄마가 잠깐 생각이 난다. 이제 캐나다 온지도 3개월 정도 접어들고 있는데 전화는 한 번도 안 했으니..


음식은, 오븐에 구운 토마토, 라자냐, 터키 그렇게 크게 3가지 종류였고 와인도 존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틴 엄마가 만들고 있던 음식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고, 그사이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밖에 있던 룸매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왔고, 다 오고 나자 조촐한 저녁 파티는 주방에서 시작되었다. 다이닝 테이블이 따로 크게 존재하지 않는 집 구조였기 때문에 한 자리에 앉아 먹는 것은 사치였고,  바 의자들이 존재했었지만, 인원이 많아 우리들 모두는 서서 음식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와인을 각기 따른다음 건배를 하였다. 이런 문화는 한국과는 것 모습은 다르나 그 내면은 같다는 것에 그렇지만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에 나 자신이 해외에 나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몸소 느꼈다. 


라자냐는 한국에서는 전혀 접해보지 않았지만, 평소에도 룸매들이 종종 해 먹어서 먹어봤지만, 들어가는 소스와 재료들이 좋고 맛도 괜찮아서 알고 나서부터는 나도 가끔씩 해 먹는다. 토마토는 감자 위에 베이컨을 올리고 그 위에 토마토를 올린 다음 구웠는데, 보이는 비주얼과 식감이 오묘하게 잘 맞는다. 터키도 한 번도 먹어보지는 않았었는데, 치킨이랑은 확실히 다른 그 등치에 한번 놀라고, 그 맛에 다시 한번 놀랄 그런 녀석이다. 평소에도 잘 먹는데 이런 자리가 마련되고 나니 나의 식성은 더욱더 빛을 바랐다.


그렇게 먹고, 마시고, 취하고, 떠들다 보니 난 어느새 침대에 뻗어서 자고 있었다. 모국을 떠나 타지에서 산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는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듯하다. 가끔은 외롭고, 가족들이 보고 싶으며, 친구들이 보고 싶고, 차별을 당할 때면 내가 외 타국에 와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이것보단 더 편안하게 일하고 있을 텐데 왜 여기까지 와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설거지 평생 동안 할 불량을 8시간 동안 하고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멘틀이 가끔씩 나가는데, 오늘 같은 날이 있어서 외국 생활의 Balance 가 맞춰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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