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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Jun 15. 2020

휘슬러의 터키

터키 세일(Whistler Turkey Sale)

한국을 떠나오면서 스키 장비를 제외한 스키복, 장갑, 고글, 양말은 가지고 왔다. 처음 목적지가 BC 주는 아니었지만 겨울에 꼭 한번 와서 스키를 타보고 싶었기 때문에 질 머지고 여기까지 가지고 왔는데, 이제는 한 시즌 내내 입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스키랑 스키부츠, 폴대는 좀 부피와 무게가 나가서 한국에 있던 것 들은 처분을 하고 왔는데, 다행히 같이 사는 룸메들 중 한 명이 좋은 정보를 공유를 해 주었다. 바로 휘슬러 터키 세일(Whistler Turkey Sale). 어원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먹는 Thanks giving day의 그 터키랑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세일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찍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싸고 상품성이 뛰어난 것들은 금방 팔려 나가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늦게 가면 그냥저냥 한 스키 장비들로 한 시즌 그냥저냥 하게 보내게 된다는 얘기다. 진정한 스키어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좋은 장비는 너도 나도 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나만 그런가? 만약 나만 그렇다면 웰빙을 예로 들어 보자. 몸에 좋은 것 더 좋은 음식은 거의 모드들 선호한다, 아니라면 모두 아무 소리 안 하고 그냥 다들 아무거나 먹었을 것이다...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얘기를 듣고 난 후 현재 가용한 금액을 확인하고 장비에 얼마를 소비할지 계산을 해보았다. 생각해보니 스키랑 폴은 크게 상관없었는데, 문제는 스키부츠였다. 내 발이 개 발이라 잘못 사면 스키는 스키대로 잘 못 타고 돈은 돈대로 날릴 것이다. 음.. 어떻게 하는 것이 나한테 최선일까...라는 생각을 하다 나온 결론은 새로운 부츠 구매이다.


며칠 후 부츠의 가격과 살만한 부츠를 보러 읍내로 나갔다. 참고로 휘슬러는 그냥 마을이다. 정말 작은 동네. 건너고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그런 동네다. 스키 매장 몇 군대를 돌아보며 얻은 정보를 종합해 보니, 부츠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대략 평균적으로 $700 ~ $1,500 선이었다. 발에 잘 맞지만 너무 비싸지는 않은 부츠를 고르고 싶었지만 그건 그냥 이상이었고, 이번에 사서 신다가 시즌 끝나고 한국에 들고 가서 10년 이상 신을 거라 금액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론, 그렇게 마음을 굳히니 좀 뭔가 개운해졌다.


스키샵 들 중 한 군데에서 마음에 드는 스키부츠가 보였다. 검은색으로 잘 빠진 노르디카의 도베르만 부츠. 스키 패트롤로 일하던 시설 칼발에 제격이라는 명설이 있다고 들은 이 부츠는 가격도 착했다. 신어보니 의외로 좀 맞는다. 그날로 바로 지름신이 내려와 바로 질렀다. 800불 했는데 상당히 저렴하단 생각이 든다. 산 부츠를 집으로 가지고 와 신고 몇 시간 버텨봤다. 발이 점점 아파온다.. 내발이 칼발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족쇠고문이다. 너무 아파온다.. 하... 새 부츠로 고문받는 이 기분, 좋지는 않다. 룸매들이 그런 나를 보더니 많이 안쓰러워할 정도의 통증이다. 다음날 바로 부츠를 들고 샵으로 다시 찾아갔다. 사정을 잘 얘기했다. 발이 너무 아프다고.. 다행히 리조트 마을이다 보니 그러냐고 하면서 다른 부츠들을 추천해 준다. 그중에 LANGE 부츠가 유독 눈에 잘 들어왔다. 신어봤다. 어라? 강도가 130인데 생각보다 괜찮다. 가격은 좀 더 비싸서 돈을 더 지불하고 LANGE로 갈아탔다. Good bye, dobermann. 너랑은 정말 아니었다.


몇 주 후에 드디어 터키 세일이 열렸다. 아침 일찍에 가진 않고 룸메 2명이랑 오후 1시쯤에 도착했다. 이 작은 마을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신기하네. 세일 장소는 어마어마하게 크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규모와 그 안에는 스키복, 장갑, 비니, 고글 등 모든 것들이 있었다. 스키는 이미 좋은 것들은 거의 다 나간 듯 하지만, 그 가운데서 괜찮은 놈을 골랐다. 내 키에 맞는 스키를 150 정도에 샀다. 생각해보니 룸메들 중 스키어들은 모두 폭이 넓은 스키를 가지고 있었는데 별생각 없다.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일반 스키, 폴을 구매하고 나니 마냥 좋았다. 겨울아 빨리 와라..



개인적인 생각: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어렸을 적이나 크고 나서나 항상 마음에 더 와 닿는다. 머나먼 땅 캐나다에 와서 스키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니, 꿈이 아니겠는가?! 이번 기회에 좀 더 나 자신에게 충실한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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