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올 때 돈을 최소한으로 가지고 오다 보니 생활고에 쪼들려서 지금 것 서바이벌로 앞만 보며 달려왔다. 방 구하고, 일 구하고, 일 > 집 > 일 > 집 > 사고 > 강제 휴식 > 일 > 집 > 일 > 집의 거진 뫼비우스의 띄가 생각날 만큼의 단순 반복의 일상. 이러다간 캐나다 외국인 노동자 경험으로 나의 귀중한 워홀 생활을 다 써버릴 거 같다. 내가 캐나다에 온 이유가 뭔지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 본다.
뭐 때문에 캐나다에 왔지? 와서 뭘 얻어 가려했을까? 일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몸과 마음은 기억을 재생하는 데에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하긴...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하는 그것이 일상인 현시점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몇 달 전 캐나다 도착 전 누나 집에서의 나가 떠오르기도 하며, 회사에서 퇴사 전의 홀가분한 마음도 떠오른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앞이 막막했었는데, 퇴사 결심 후의 그 후련함과 홀가분함은 나의 길이 회사원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다른 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에 귀천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오지는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크게 느낀 점 하나가 이런 부분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는 듯한 느낌. 뭔가 동등한 그런. 그냥 뭔가 더 자유롭다.
다시 캐나다에 온 목적 찾기 생각으로 돌아와서,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본다. 군 제대 후 복학을 하였는데, 그때는 뭐든 다 할 수만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이것저것 많이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워킹홀리데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가능 국가들 중에 캐나다가 유독 눈에 띄었다. 영어권이기도 하거니와, 뭔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일 것 같은, 정말 새로운 놀랍고, 신기하고 ,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리고 미국과도 가까워서 미국 여행도 가능한 그런 곳이다. 사실 먼저 영국을 생각했었지만, 아쉽게도 해당 연도에는 영국은 아직 워킹홀리데이 지원이 되지 않았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와 맞닿아 있고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로서, 영국에서 생활하고 돈을 벌 수만 있다면, 해당 기간 동안 많은 국가들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돌이켜 보니 거창할 것 하나 없는 단순한 이유로 캐나다까지 온 것이었다. 해외 경험, 여행 간단했다. 해외 경험이 좀 광범위 한데, 해외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다 포함이 되기에, 외국인 노동자의 삶도 그중 일부였다. 다만, 여기서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후회와 동시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후회는 영어공부이고, 욕심도 영어공부. 중, 고, 대를 나와서도 어버버 할 수밖에 없는 내 영어실력에 나 자신이 좀 더 열심히 할걸..이라는 후회.. 그리고 여기 살면서 시간 날 때마다 영어 공부 틈틈이 하는 거다. 다른 워홀러들이 어떻게 각자의 실력을 늘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는 것이라고는 각자의 성향에 맞는 공부법이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기에 난 내 방식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유를 찾았으니, 그 이유들은 목적이 되었고, 이제는 계획 차례이다. 엑셀 Sheet을 별처 놓고 기간을 먼저 구분을 하였다. 그리고 목적에 띠라 각 월별로 할 일들을 적었다. 경험, 외국어는 지금 하는 식에서 약간의 수정만 하면 괜찮아 보였다. 여행... 여행은 약간 달랐다. 무엇보다 경비 부분이 많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정말 작정하고 거지꼴로 돌아다니려고 한다면, 하겠는데, 경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이 서고 나니, 계획표는 대부분 일로 채워지게 되었다. 일이 거진 80%를 먹고 나머지 부분은 영어공부, 스키가 채워졌다.
돈을 버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Saving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모여지는 것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버는 족족 쓰면, 뭐 없는 거다. 캐나다에는 Food Bank라는 시설이 있다. 나에게는 1주일에 한 번씩 배식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정말 고마운 장소였다. 생활비에서 가장 많이 지출되는 것들 중 하나가 식비인데, Food Bank를 이용함으로써 월 50% 이상을 saving 할 수 있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가는 날이면 갔다. 셰어하우스 메이트 들과도 같이 가기도 하고 나 혼자 가기도 했다. 식품들은 종류가 다양하고 생각보다 퀄리티가 뛰어났다. 그리고 방문할 때마다 받는 품목들이 많이 달랐다. 이렇게 식비 절약을 하면서, 여행 경비를 더 많이 모을 수가 있었다. 내 목표 금액은 $10,000.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만 아끼고, 미친 듯이 일한다면 가능할 것 같다.
교통비도 무시를 못한다. 다만 교통비를 아끼려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 구매를 하였다. 이쁜 노란색으로 샀는데, 중고 상품점에서 팔길래 단숨에 낚아챘다. $20으로 구매를 했는데, 상태가 상급이고 정말 잘 나간다. 난 기어가 필요 없기에 기어는 거진 사용하지 않는다. 일하러 갈 때면 항상 자전거를 사용을 하고, 가끔씩 산책 갈 때에도 자전거로 천천히 Lake 주위를 돌곤 한다. 서울에서 생활했을 적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마음에는 훨씬 더 여유가 느껴진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원해서 왔고, 내가 선택한 일들 하나하나를 모두 나의 뜻으로 천천히 해나가고 있어서 그런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라?! 결국 일 집 일 집은 안 바뀌었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