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일이면 드디어 출발이다. 차량 뒤에 있던 좌석들은 집 매니저한테 얘기해서 임시로 맡겨 놓기로 하고 다 빼냈다. 좌석들을 다 들어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확보되었다. 잘 수 있는 공간 이외에 자전거, 다른 잡다한 것들을 놓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바닥에는 그냥 잘 수는 없어서 간단하게 싸구려 침낭 2개 정도 깔고 그 위에 두꺼운 침낭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갈아입을 옷, 양말, 세면도구, 맥북, 카메라 등을 놓았다. 돈 같은 경우 캐나다 달러는 미국에서 통용이 안된다길래 미화로 좀 바꿔 놓았다. 대신 미화는 캐나다에서 그대로 통용이 되는데 좀 아이러니하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나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혹시 몰라서 밴쿠버에 가서 같이 놀만한 사람이 있는지 크레이그 리스트에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한 명이 가능해서 바로 연락을 했다. 다행히 내일 시간이 된다고 하여 만날 장소를 정하고 내일 보기로 했다. 혼자서 이곳 저곳 돌아다녀 볼수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그 지역에 대하여 잘 아는사람과 함께 한다면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고 나서 오늘은 차에서 자기로 마음먹고 다시 차로 갔다. 막상 누워보니 정말 편했다. 침대에서 자는 거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는 다른 편안함.. 뭐랄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에 대한 가벼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편안함이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나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 다음날이 되었다. 같이 생활하던 하우스 메이트들에게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여행의 첫 목적지인 밴쿠버를 향해 운전을 하였다. 오래간만에 긴 여행의 시작이라 그런지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라디오 들으면서 노래가 흘러나오면 같이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조금 가다 보니 스쿼미시가 나왔다. 팀홀튼에 들려서 도넛과 커피를 사서 살짝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러고 나서 다시 출발하여 이내 밴쿠버에 도착하였다.밴쿠버는 내가 올 때마다 날씨가 우중충 했었는데 오늘만큼은 맑음이다. 여행한다니까 하늘도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건가란 생각이 든다. 만나기로 한 사람과의 장소에 가보니 이미 나와 있었고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 친구는 한국계 캐나다인이었는데,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밴쿠버에서만 쭉 살아왔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친근함이 있어서인지 말도 곧잘 통해서 미리 알아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저곳 같이 다니다 보니 허기가 져서 밥은 내가 사기로 하고 본인이 잘 아는 한식 집이 있다고 하여 거기로 향했다. 밴쿠버가 도시이기도 하고 한인들이 좀 있어서 그런지 한인 식당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 끼를 뚝딱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어서 빠이빠이를 그 친구와 하고 나는 다음 목적지인 빅토리아로 운전을 해 나갔다.
빅토리아는 섬이기 때문에 차를 배에 실어야 했다. 어찌어찌 돈을 내고 겨우 차를 배에 실은 후 잠깐의 배에서의 여정을 지나 드디어 빅토리아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