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게 내 인생이었다네
그의 나이 85세는 인생의 무대였으며 65년은 가수의 무대로 꺼지지 않는 열정과 젊음이었다. 나이를 잊고 오랜만에 오른 무대 위에서 그는 네 곡의 노래를 소화해 냈다. 여전히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있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을 부르며 첫곡의 무대를 장식했다. 노래 첫 소절을 부르다 잠시 가사를 잊어 무대가 멈춰지기도 했다. 그는 무대의 긴 공백으로 인해 "여러분들의 환호와 목소리가 너무도 커서 노래를 잠시 잊었다" 며 어색하지 않은 멘트를 띄웠다. 11년 만에 불러 보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이 무대 위에서 그를 잠시 떠나 있었던 이유였다. "패티" "패티" "패티" 하며 관중의 위로와 함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다시 들어 올리고 첫 곡을 완주하며 <사랑은 생명의 꽃>의 두 번째 곡에 이어 <그대 없이는 못 살아>를 세 번째 곡으로 완성했다.
네 번째 곡을 부르며 관중석은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어 갔다. 무대의 마지막곡 "My Way"는 그녀의 노래 인생을 고스란히 비춰 주었다.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슬플 때나 기쁠 때도 무대는 그와 함께 했고 실패했을 때도 무대는 그의 노래 인생으로 함께 걸어왔다. "그래, 그게 내 인생이었다네". My Way의 끝소절까지 무대가 모두 끝나고 그녀가 관중과의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이어 갔다. 관중과 호흡하는 동안 그는 모국어와 영어를 오고 갔다.
그녀가 입고 나온 롱드레스는 자주색 빛에 반짝이가 들어간 원피스형 옷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그녀가 일어나며 두 손으로 롱 드레스 밑단을 살짝 들어 올렸다. 가려졌던 드레스 밑으로 그녀가 신고 나온 하이힐이 보였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 하이힐을 신고 나왔다"라고 했다. "무대는 가장 신성한 곳" 이기에 관중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무대는 가장 신성한 곳"이라는 말에 작가라는 나의 무대를 비춰 보았다.
그는 이미 앞선 또 다른 무대 위에서도 이와 같은 말을 남겨 준 적 있다. 그가 무대에 오르기 위해 가장 멋진 신발과 옷을 입는 것은 관중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관중에 대한 진심의 예의를 갖추던 무대가 모두 끝나고 그의 뒷모습이 보이던 순간 시청자와 관중석에 비친 하이힐은 가장 신성한 곳의 무대 위에서 조명보다 더욱 빛났다. 앞으로 그가 우리 곁에 남아 관중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무대는 얼마나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호흡이 살아 있고 그가 숨 쉬는 동안은 언제든 대중에게 그의 열정과 젊음이 전해질 것이다. 그의 생애 가장 신성한 곳의 무대가 지속적으로 펼쳐 지길 기대한다.
KBS 2TV [불후의 명곡 in US]에서 가수 패티 김의 무대를 보며.........(2023.11.18 방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