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만족감 중 하나에는 원두 거피 내리기도 있다.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 중에 바리스타인 주인이 있어 최고급 원두커피를 내려본
경험으로 딸네 집에서도 커피를 내손으로 내린다.
흡사 유명 바리스타가 된 만족감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나 보다.
나? 철 안 드는 노인녜.
옆에 있던 손녀가 심심했던가 보다.
"할아버지 섬 피플 런 해봐."
이건 할애비 놀리는 말이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 집에만 있다 드라이브를 하니 신이 났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옛 팝송 하나를 흥얼거렸다. 그냥 나 혼자 소리.
"그랜 캠벨의 타임"
"섬 피플 런, 섬피플 크라우드, 섬 피플 돈 이븐 무벳올"
뒷 좌석에 앉았던 손녀가 묻는다.
"할아버지! 어떤 사람은 배워, 어떤 사람은 구름. 어떤 사람은 안 움직여
이게 무슨 말이야?" 대략 난감.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R과 L 발음을 구분 못 하는 것이다.
"섬 피플 뤈, 섬 피플 크롸우드, 섬 피플 돈 이븐 무벳올."
나는 부분 틀니를 사용한다. 밤에 벗어 놓은 놈을 손녀가 본 모양이다.
"할아버지 페잌 팃이지?"
"아니 트루 티트다."
"페잌 팃! 페잌 팃!"
"트루 티트! 트루 티트!"
"할아버지 트루 팃이 아니고 리얼 팃이다."
한 동안 남매가 신이 나서 놀려 대었다."
"페잌 팃! 페잌 팃!"
"리얼 팃! 리얼 팃!"
미국서 살 게 아니라면 영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나는 미국에서 돈을 쓰는 편이다. 물건 살 때는 별 어려움 없이 단어만으로도 소통이 된다.
바디 랭귀지에 단어 몇 개 섞으면 원하는 일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단 어린이들과는 불통이다. 적당히 알아듣는 게 아니라 정확한 발음을 요구한다.
다른 말로 어린이들에게 배우는 영어 발음이 가장 정확하는 말!
그런데 일본식 영어 발음을 배운 나는 영어 배우기 포기.
이제 이 나이에 외국 여행 할 일도 별로...
나를 위한 변명 한 마디.
"작은 폰 안에 세계 언어가 다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