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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날 Oct 26. 2023

재야의 고수들 속에서

나이가 들수록 늘어가는것. 주름. 뱃살. 연륜.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것. 머리숱. 탄력. 그리고 자신감.  

나이가 드나 주나 여전한것. 성격. 욕심. 


나이가 들수록 자신감이 준다. 경험도 늘고 실력도 늘고 연륜이 늘어 지혜가 느니 자신감도 상승해야 당연할 법 한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없다. 14년을 해온 일에서 내가 가진 전문성도 없는것 같고 일도 어째 늘 제자리, 아니 퇴보하는 것만 같고 신입사원들에게도 왠지 주눅이 드는 면이 없잖아 있고 예전에라면 뚝딱썼을 한페이지 보고서도 시간이 두배 세배 걸려서도 썩 만족스럽지가 않고말이다. 


모르는게 가장 용감하다고, 알수록 더 작아진다.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니 계획안도 아무 말이나 갈겨써지지 않고 특별한 줄 알았던 내가 40을 코앞에 두고도 별거 없다는 걸 확인하며 자아감이 조금 흔들리게 되는 듯 하다. 참 아이러니하다. 20대때 가지고 싶던 것들을 지금의 나는 거의 다 가진것 같은데 다 가지고도 손에 쥔것이 없는 것 같고 조금 부족한거 같고 다소 불만족 스럽고 여전히 불안한걸 보면, 무언가 잘못됐다 싶은 마음이라니. 심리 서적도 읽어보고 강연도 들어보고 법정스님 즉문즉설도 들어보고 하는 이 패턴이 요즘의 나다.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나보다, 욕심이 너무 많은가 보다, 나의 자존감이 약한가 이런저런 씁쓸한 진단을 내려보지만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의 심리 아닐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래 좋게 말하면 겸손해 지고 있다. 나만이 내 속에서 반짝반짝 성 위에서 빛나던 시기가 가니 내 주변의 단단한 삶의 고수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평범하고 수수해 보이지만, 특별하고 제각각의 지혜와 기술로 삶을 단단히 영위해 나가는 재야의 고수들. SNS의 화려한 페이지가 아닌 내 삶속 여기저기에 있는 그들을 발견하는 일은 요즘 나의 신선한 소일거리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일구는 내 삶이 또 꽤나 단단해 보이기를 바란다. 


어찌되었건 욕심의 양과 행복의 양은 반비례라는 공식은 확실하다. 끙끙대고 불안해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난 여전히 마흔 코 앞에서도 내 발을 내 땅에 딱 붙이고 걷는 연습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끙끙대는 늦깍이 걸음마속에 오늘도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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