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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날 Oct 26. 2023

무례하고 뻔뻔한 내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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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간만에 기분이 매우 더러웠다.


14년을 일하면 뭐하나 나는 왜 아니라고 안된다고 못한다고 말 하나 못하나

심지어 따지자면 내가 갑인 위치에서도 업체한테 빌빌대고 있나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왜이리 물러 터져가지고 내가 감당하고 무례함을 당연한듯 받아들이고 속으로 삭히는데 익숙한가

세상과 나쁜 이들로 향해야할 분노가 또 또다시 엉뚱하게 나로 흘러 나를 자책하는 우를 범하며

가라앉을대로 앉은 채로 하원길에 나선다


마인드 컨트롤을 해봐도 안되고

가슴 따뜻하게 하는 영상을 봐도 잘은 안되고


그러다 어린이집 입구에서 같은 직장의 한 팀장이 아이 둘을 데리러와 신발을 신기는 옆을 지나갔다.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이쪽은 바라보지도 못하기에 얼른 스치듯 지나오며 들은 목소리는

"으응 신발을 일단 신어야 아빠가 해줄수 있지" 세상 다정 꿀 떨어지는 음성.

회사에선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치를 떨게 하는 이로 유명한데

그도 회사 밖에선 소중한 누군가를 너무나 아끼는 다정한 아빠라는게,

너무나 당연한데 그날따라 당연하지 않게 스쳐갔다.

나에게 무례했던 그 누군가도 저렇게 본인의 소중한 사람에겐 솜사탕 같이 굴지도 모르지.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힘이 닫는데까지 아껴주기 위해서 오늘도 고된 정글속에서 일을 하고, 싸우고, 견디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남에게 무례하기도 하고 뻔뻔하게 굴기도 하며 반대로 무례를 당하기도 상하는 기분을 삼키기도 하면서 말이다. 


내 속에서 미치광이 눈보라처럼 휘몰아치던 감정이 한풀 죽는다.

그래, 내게 오늘도 뻔뻔하고 무례했던 너희를 용서할 순 없지만 너그러이 합리화는해 주마. 먹고사니즘의 현생에서 너나 나나 그렇고 그렇게 오늘을 견디고 살았다는 것을. 


갑자기 오늘 나를 한순간에 가라앉게 했던 원망스런 그들에게 얕은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나도 매일의 업무 속에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 불편하게도 한 날이 왜 없을소냐.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정글에서 버텨나가야할 목적이었을 소중한 나를 내가 잘 지켜보겠다, 하고 오늘도 닳은 다짐을 해 보며 내 소중한 이를 만나러 간다. 어린이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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