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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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배우님의 동생이자 유명한 영화음악 감독이기도 한 황상준 감독님이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하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 때 잘하는 게 아니라 늘 잘해야 한다."
그리고 공교롭게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한 차승원 배우님은 또 이런 이야기를 풀어 놓았죠.
"경쟁력이라는 것도 사실 50점 이하면 안 된다. 필요한 여러 자질들에서 최소한 50점은 되어야 그때부터 의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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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자신의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라면, 늘 꾸준히 잘해야 하며 그 퀄리티는 일반적인 기준을 우회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살짝 오싹해지기도 합니다. 꼭 배우나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같은 회사원들 역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고 사는 존재들이라는 게 더욱 명확해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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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들도, 우리도 수많은 실패를 합니다. 연예인들이라고 매번 히트작을 낼 수는 없는 것처럼 회사에서 하는 공동 업무나 개인적으로 일구는 사업 혹은 과제들 역시 성공보단 실패의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끔은 '세상은 참 가혹한 환경인데도 사람들은 이 가혹함을 인생이라고 정의하며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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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한다'는 기준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내부로부터의 평가와 외부로부터의 평가가 각각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중이나 소비자처럼 우리가 선보이는 결과물을 평가해 줄 집단이 있나 하면, 반대로 그 결과물까지 어떻게 도달했나를 평가해 줄 내부의 동료들과 관계자들이 있으니 말이죠. 전자가 결과의 평가라면 후자는 과정의 평가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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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고민이 고개를 듭니다. 그럼 우리는 이 각각의 평가단(?)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며, '잘한다'는 기준을 들이밀었을 땐 이 두 평가단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끌어내는 것이 '잘한다'의 의미인 것인지 알쏭달쏭함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기가 막히게 뽑아내지만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캐릭터가 있고, 성실한 태도와 모자람 없는 실력을 갖췄음에도 유독 성과로 이어지는 그 연결고리가 약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아마 지금 여러분의 머릿속에도 몇몇 사람들이 마치 O, X 게임을 하듯 편을 나눠 양쪽에 선 모습이 그려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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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낫다, 아니다를 평가할 수 없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이건 애초에 두부 자르듯 정확하게 가를 수 없는 문제고 파고 내려가다 보면 결국 개인의 스타일과 선호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다만 만약 누군가 제게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했을 때 늘, 꾸준히, 기본 이상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도 같습니다.
"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준이 있어야 하고, 늘 꾸준히 잘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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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황상준 감독님과 차승원 배우님은 각각 이런 말을 들려주셨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만든다. 그게 꾸준히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라는 말과 "우리 같은 직업은 경쟁력 있는 실력, 경쟁력 있는 가격, 경쟁력 있는 인품, 경쟁력 있는 외형이 필요한데 그중 두 가지만 적절히 조합돼도 괜찮게 인정을 받는다. 나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인품이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라는 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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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대부분 스스로 전문성을 가진 분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실력이 늘어나고 통찰력 또한 깊어질 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당장 어제 통용되던 문법이 오늘은 전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작금의 현실이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늘 나보다 더 나은 사람, 더 경험이 많은 사람은 존재하는 법이니 그들을 뛰어넘을 미친 듯한 경쟁력이 없는 이상 적어도 기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나만의 기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더 잘하는 사람이 등장해도 '내가 지금 무엇을 더 하고, 덜 해야 하나'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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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꾸준히 잘하기 위해서는 내 역량을 풀어내는 나만의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언젠가 쌓이고 쌓인 역량이 '팡'하고 터지는 대기만성의 그날을 기약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존재들은 일단 눈앞의 있는 것들을 비교적 잘 해내야 합니다. 때문에 내가 나를 잘 이해해야 하고, 내가 나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고는 꾸준한 퀄리티를 유지하기는 힘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한 정보들이 나에게 잘 유입되고 처리되도록 하는 것이 엄청난 경쟁력이 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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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이렇게 했지만 꾸준히, 일정 이상 잘한다는 건 정말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를 글로 한 번 풀어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상 모두가 내 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해 주진 않는다는 것이고, 한 번 삐끗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꽤 쌀쌀맞은 로직이 동작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달콤한 말로 위로해 줄 수 없는 순간이라면 덤덤하게 삼켜내기를 택해야 할 때도 있는 거죠. 그래도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이런 고민을 하고 사는 것과 하지 않고 사는 것부터 이미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늘, 꾸준히, 일정 이상 잘하는 방법을 향해 안테나 정도는 세운 셈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