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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l 10. 2023

161025-04

카페에서 말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데시벨


가장 많은 경우는 유아를 동반한 엄마 또는 엄마들의 경우이다. 대학교 앞 카페라서 어느 시간대든 혼자 와서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그런 분위기를 알고 일행과 함께 온 사람들도 대부분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지만, 유아들의 경우 그렇게 주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보니 평소와 같은 데시벨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럴 때면 엄마들은 “쉿~조용히 해야지.”라고 하고 잠깐은 조용해지는 것 같지만 유아들은 이내 처음보다 더 큰 소리를 내곤 한다. 몇 차례 주의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소리가 줄어들지 않으면 엄마들을 짐을 챙겨 아이를 데리고 카페를 떠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고 길지 않기에 그녀에게 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다음으로 많은 경우는 혼자 왔지만 전화를 받는 경우다. 역시 대부분은 작은 소리로 통화를 하지만 통화 내용 중에 놀랄 만한 내용이 있는 경우, 본인도 모르게 “아 정말?”이나 “진짜? 웬일이니?”라는 말을 본인 생각보다도 큰 소리로 내뱉고는 이내 주위를 살핀다. 그러다 왠지 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하는 내용으로 이어질 것 같으면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거나 아예 밖으로 나갔다가 통화가 다 끝난 후 자리로 돌아온다. 이런 경우도 큰 소리가 길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잠깐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또 다른 경우는 일행과 함께 와서 유독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경우이다. 마치 자기들이 카페를 전세 낸 것처럼 나는 여기에 음료 값을 지불했으니 내가 내고 싶은 만큼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때로 듣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H의 귀 속으로 파고들 때가 있다. 하지만 역시나 3분 정도 듣다 보면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 최근에 연락을 주고받는 이성에 대한 것이거나 이번 주말에 뭘 할지에 대한 것이거나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에 대한 것들이다. 그럴 때 H는 화장실을 다녀와서 가급적 그 사람들과 먼 곳으로 자리를 옮기곤 한다. 작업하던 것을 정리하고 저장하고 새로운 자리에 가서 다시 세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듣기 싫은 소리에서 멀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이런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작업하는데 방해가 될 만큼의 큰 소리가 카페에서 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몇 주 전 금요일, H가 여섯 장째 내용을 번역하고 있을 때였다. 그 카페는 금요일에 사람이 가장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 금요일은 H가 제일 좋아하는 요일이기도 했다. H가 앉아있는 바로 뒤편에 외국인 2명이 자리를 잡았다.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에 남자가 내려가서 주문을 하고 음료를 받아서 다시 올라왔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데시벨로 대화를 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이다.


그리고 H는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들리는 프랑스어가 반가웠다. 그래서 몰래 그들의 대화를 좀 엿들었다. 초반에는 그들도 카페에 온 한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금 전에 먹은 점심과 관련된 이야기, 다음에는 불고기를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 어제 뭘 했냐는 이야기 등. 그래서 이야기 듣기를 중단하고 다시 하던 번역작업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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