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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Mar 25. 2024

두루두루 잘 지내기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동네친구 사귀기

A.

- 무슨 요일이 좋아?

- 월, 수가 좋은데 월요일이 더 나을 듯

- 그럼 나 월요일에 차차랑 테니스 하는데 끝나고 같이 갈까?

- 아, 나는 걔 한 번밖에 안 봐서 좀 불편할 거 같아. 그럼 걍 수욜에 보자  

   

B.

- 나 그냥 그 모임 다시 들어갈까?

- 들어와~뭘 그리 고민해

- 2명이 걸려서 그렇지

- 야 어떻게 한 사람 한 사람 다 신경 쓰고 사니?

- 몰라, 난 그게 안돼. 여러 명 중에 불편한 사람 딱 한 사람만 있어도 싫어.


     

아침에 걷다가 문득, 최근에 친구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런 상황들을 겪다 보면 나는 애들이 왜 이리 예민할까, 속이 좁을까, 답답할까 와 같은 감정들에 휩싸이며 결론적으로 피곤해진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파워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E' 유형인 사람으로, 대표적으로 A와 같은 상황에서 무조건 다른 친구도 함께 하자고 오라고 오라고 하는 편이다. 또 내 친구들끼리 나를 통해 알게 되어 다 같이 친해지는 상황도 매우 즐기는 편이며, 심지어 나 빼고 둘이 더 친해진다고 해도 크게 상처받지는 않고 오히려 ‘그럼 너네 둘이 잘 지내. 나는 또 새로운 친구 사귈게’ 하며 쿨하게 놓아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한 번 맺은 관계는 꽤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래 유지하는 편이라, 내가 들어갔던 모임을 내 발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B 같은 상황은 거의 만들지 않는다. 일단 들어갔으면 조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며, 만에 하나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면 잊어버리고 말지 계속 미련을 두지 않는다.      


여러 명의 모임에서 뿐 아니라 1:1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한다. 그래서 다정하고 세심하게 주변인들의 생일을 꼬박꼬박 챙기거나 때마다 안부 연락을 하지는 않지만, 언제 연락이 닿거나 만나게 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내 이야기도 잘 털어놓으며 회포를 진하게 푸는 편이다. 그래서 이건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와 한번 깊은(?) 연을 맺은 지인들은 내가 아무리 연락을 안 해도 잊을만하면 연락이 와서 보자고 하는 편이다.   

   

아무튼 동네 81 모임에 들어간 지 어느덧 5개월 차, 65명 남짓 되는 모임에서 가입한 지 5개월 정도 된 애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이다. 최근에 기존 방장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방장이 바뀌게 되었고, 그러면서 내가 오래된 멤버라는 이유로 부방장이 되었다. 현 방장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와는 어느 정도 코드가 맞는 편이라, 우리는 새로운 규칙을 멤버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분위기이다.      


방에 들어 있는 65명 남짓 되는 친구들 중 모임에 나오고 채팅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반도 안되고 나머지 반 이상은 ‘눈팅이’들이다. 가끔 채팅은 거의 안 하지만 모임에는 나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솔직히 나로서는 그런 친구들은 왜 계속 이 방에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우리들의 채팅을 계속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예 방에 들어오지를 않는 건지.      


부방장이 되면서 친구들의 마지막 방문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생겨 좀 전에 들어왔으면서 눈팅만 한 친구들이 누군지 일일이 잡아낼 수 있지만, 내 성향상 그렇게까지 파고들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하기 시작하면 내가 피곤 해질 테니까.      


나는 어쩌다 고인물이 되어 부방장 타이틀을 달았을 뿐 내가 이 방에 들어온 이유는 순수하게 동네친구 만들기였으니까. 시간 맞는 동네친구들과 부담 없이 커피 한잔하고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할 수 있기를 바랬을 뿐이니까. 걍 두루두루 잘 어울리면 되고, 나랑 좀 안 맞는 친구가 있어도 무난하게, 나와 좀 더 맞는 친구를 만나면 더 반갑게 그렇게 지내면 되는 것일 텐데 그게 또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보다.      



계속 술모임만 있는 것 같아 내가 최근에 세라젬(마사지)벙, 야구장벙, 등산벙 등 새로운 벙을 주도하고는 있는데, 주로 평일 낮이다 보다 참여율이 저조하기는 하다. 참여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또 소소하게 보다 깊이 있게 친구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아직까지 나에게는 이 방이 소중하다.     



 

얘들아, 두루두루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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